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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2 19:39 수정 : 2008.01.02 19:39

시장만능주의 제동 걸리나

미, 서브프라임 피해자 속출하자 대출금리 동결
빈부격차 심화 등 부작용에 “시장 규제” 힘얻어

지난 30년 가까이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의 경제정책을 지배한 이념은 시장(만능)주의였다. 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두면 경제적 후생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시장의 힘에 절대가치를 두는 시장주의는 규제가 풀리고 정부의 감시기능이 약화되면서 전성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 시장주의에 대한 불안감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세계가 서브프라임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과 지구온난화 등 여러 난제에 맞닥뜨리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무엇보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규제 필요성을 들고 나온 게 분위기 변화를 말해준다.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약탈적인 은행들로부터 주택 소유자들을 보호하겠다며 일부 주택담보 대출의 이자율 동결 조처 등을 취한 게 바로 그것이다. 조지 부시 정부와 연준은 시장주의 대변자들로, 불과 1년 전만해도 창의적 주택대출 상품을 개발해 많은 사람들에게 주택 보유 기회를 주었다며 이들 은행에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규제를 도입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두면 수백만명이 집을 잃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공조해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쏟아붓는 것도 시장에 대한 믿음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각국이 회의를 연 것도 시장주의만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없어서다.

‘보이지 않는 손’을 지주로 한 시장주의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 때 득세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말 냉전이 끝나고 공산주의가 물러나면서 시장주의는 경제 분야에서 독점적 권위를 누리다시피했다.

이런 시장주의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시장주의자들의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풀이했다. 미국에서는 빈부격차가 커지고 엔론 등의 회계부정이 잇따른 데 이어, 서브프라임 사태까지 터졌다. 그 여파로 “(미국에서) 자진해서 금융시장을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진보성향의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인 딘 베이커는 전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하면 시장주의 반대 흐름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남미 국가들의 경우 시장주의 전도사인 국제통화기금의 권고를 충실히 따랐으나 경제성장은 실망스럽기만 했다. 중국도 시장주의 정책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통제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물론, 시장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스탠포드대학 후버연구소 연구원인 데이비드 헨더슨은 “규제가 많을수록 결과는 더 나빠질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을 강조한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추진 중인 서브프라임 금리 동결 등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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