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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3 10:01 수정 : 2008.01.03 10:01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세계 경제에 고유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에서는 고유가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등 위험요소들이 지속되면서 경제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그동안 미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됐던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등 이로 인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은 미 달러화 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다른 주요국에 비해 미국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또한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침체에 사전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 수 있어 미국 경제를 진퇴양난에 빠지게 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확산되는 우려 =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 미국에 고유가는 일단 경제적 부담 그 자체다. 가정과 기업의 에너지 비용 증가는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그 결과 성장의 둔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유가로 인한 미국 가정의 에너지 비용 증가는 이번 겨울에만 평균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작년 10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겨울 미국 가정의 난방비용이 평균 977달러에 달해 지난 겨울의 889달러에 비해 10%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에너지원 중에서는 난방유를 사용하는 가정의 올해 겨울 난방비는 평균 1천785달러로 22%나 증가하고 1억800만 미국 가정의 58%가 사용하는 천연가스 난방비는 평균 891달러로 1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이 늘어난 난방비용은 그 만큼 미국 가정의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미국 경제 성장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피터 오르작 미 의회예산국(CBO) 국장이 지난달 주택경기 침체와 고유가,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등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등 미국의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잇따르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내년 미국 경제의 성장률을 1.8%로 예상하면서 침체에 빠질 확률을 40-45%로 전망, 당초의 30% 수준보다 높였다.

고유가는 또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크다. 아울러 미국 국내의 석유 소비자가나 생산비용 증가는 물론 중국 등 미국의 주요 수입 대상국의 제품 생산 비용 증가를 유발해 수입 물가도 오르게 만들 전망이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작년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4년만에 가장 큰 폭인 3.2%의 상승률을 보였고 소비자물가지수(CPI)도 2년여만에 가장 큰 폭인 0.8% 상승했다. 11월 CPI에서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0.3% 증가,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지난달 ABC 방송에 출연해 성장은 멈추고 물가는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가 보인다고 말해 미국 경제가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했고,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도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에 나타났던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상승은 부동산시장 침체와 신용경색으로 하방 압력이 커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응할 수 있는 금리 인하 등 정책당국의 운신의 폭을 좁혀 미국 경제를 오도가도 못하게 할 것이란 걱정을 키우고 있다.

◇고유가 미국에 더 부담 = 달러화 가치의 추락은 미국 소비자들의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다른 나라보다 크게 만들고 있다.

원유 등 주요 원자재가 미 달러화로 가치가 매겨지고 거래되기 때문에 미국 소비자에게는 그 부담이 그대로 전가되는 반면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자신들의 통화를 기준으로 할 때 미국에 비해 유가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셈이 되기 때문이다.

2일 배럴당 99.62달러로 거래를 마친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1년 전인 2007년 거래 개시가격(2006년 종가)인 배럴당 61.05달러에 비해 63% 올랐다.

그러나 유로화로 환산한 이날 WTI 가격은 배럴당 67.08유로로 1년 전의 45.98유로에 비해 46% 오른 수준이고, 엔화로 환산한 가격은 1만897엔으로 1년 전의 7천252엔에 비해 50% 오른 수준이다.

배럴당 63.14달러였던 2년 전과 비교하면 유가는 미 달러화로는 58% 올랐지만 유로화로는 28%, 엔화로는 49% 오르는데 그쳤다.

이는 유로에 대한 미 달러화 가치가 2006년에 10.2% 떨어지고 지난해에도 9.5% 하락한데 따른 것이다. 달러화 가치는 엔화에 대해서도 지난해 6.3% 하락했다.

◇유가 100달러에도 견딘다? = 유가가 100달러에 달해도 그 영향은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국제유가가 이전 오일파동 때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절대적인 유가 수준에 비해 크지 않은 편이며 에너지효율 제고 등을 통해 나름대로 고유가에 대한 내성도 확대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배럴당 101달러로 역대 최고였던 1980년 초반과 지금을 비교하면 에너지 효율 등의 면에서 많이 달라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에너지 단위를 쓸 때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 그만큼 전반적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는 것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로 1달러의 경제가치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의 비중이 1981년에 비해 절반으로 낮아졌다. 미국인이 가처분 소득 중 에너지 지출 비용은 2006년에 6%로 1981년의 8% 보다 낮아졌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1981년에 14%였지만 2006년에는 9%로 떨어졌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국제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 상승세를 지속한다면 미국의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수 있으나 아직까지는 힘들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또한 산유국의 '오일머니'가 미국 등에 대거 재투자되고 있는 것도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미국의 고유가 대책 = 미국의 고유가 대책은 에너지 절감정책과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한 석유소비량 감소와 미국 내 원유생산량 확대로 요약될 수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자동차 연비를 종전보다 40% 상향 조정하는 것을 비롯해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전구의 에너지 효율성도 높이는 등 석유 소비를 줄이고 대체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에너지법에 서명했다.

에너지법은 2020년까지 모든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갤런당 35마일로 종전보다 40% 높이도록 해 자동차 업체들이 반대했던 연비 기준 상향을 32년만에 통과시켰다.

미국은 새 에너지법 시행으로 2017년까지 휘발유 소비량을 현재 보다 20% 줄인다는 계획이다. 에너지법은 또 대체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에탄올 사용을 지금보다 5배로 높이도록 했다.

이와는 별도로 부시 행정부는 석유업계에 대한 세제지원을 지속, 석유자원 개발을 촉진시키고 있다.

미국의 2006년 원유생산량은 18억6천만배럴로 지난 1949년 이후 최저치이자 하루 1천만배럴의 원유를 생산, 최대 생산량을 보였던 지난 1970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멕시코만 심해유전 개발과 신기술 접목을 통한 노후 유전의 생산량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지난 5월 개발행위가 금지됐던 알래스카와 버지니아 해안지대의 석유 및 가스 개발 허용을 고려하고 있다.

에너지부는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현재 하루 510만배럴인 원유생산량을 오는 2016년까지 하루 594만배럴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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