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3 20:37
수정 : 2008.01.1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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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대출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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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판매 부진에 카드연체율 증가…전문가들 “증시 조정 돌입”
미국 소비자들이 소비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충격’에 이어 ‘소비 충격’까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투자자금이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으로 몰려, 국제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장중에 온스당 900달러를 돌파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각) 각각 1.92%, 1.95% 급락했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0월 최고점 대비 각각 10.2%, 14.7%씩 하락해 ‘조정장’에 진입했다. 주가가 10% 이상 하락하면 흔히 강세장이 마감되고 조정장이 시작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이날 뉴욕증시는 미국 경제 성장에 70% 가량 기여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지출 동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뉴욕타임스> 연말 쇼핑 시즌에 소매업체들이 파격적인 할인에 나섰는데도 11월과 12월 판매 증가율이 1.7%에 그쳐 200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다 상류층 고객을 많이 보유한 미국 3위 신용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지난해 4분기에 연체율이 증가했으며 올해 실적에 대해 “좀더 신중한 관점을 갖고 있다”고 밝힌 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주택경기 위축 여파로 연체율이 3분기 2.9%에서 4분기 3.2%로 증가했다. 2008년에는 카드 회원들의 소비지출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연체율 증가로 대손 상각률이 5.1~5.3%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들이 전해지자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파산 위기에 빠진 모기지업체 컨트리와이드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지는 못했다.
이날 투자자금이 금으로 몰리면서 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장중에 전날보다 6.5달러 오른 온스당 900.10달러를 기록한 뒤 897.70달러에 마감했다. 런던금시장협회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4명 가운데 14명이 올해 금값이 1천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들의 올해 평균 금값 전망치는 862달러였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한파로 세계 증시가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그룹을 비롯한 미국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이번주에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 시장조사업체인 톰슨파이낸셜은 이들의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주에 4분기 실적 발표가 진행되는 국내 증시도 미국발 악재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미국 주택경기의 침체 여파가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올해 1분기는 경기는 물론 주식시장에도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 인하와 최근 거론되는 재정 확대 정책에 힘입어 하반기부터는 어느 정도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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