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6 20:22
수정 : 2008.01.16 23:35
버냉키 “실질적 조처 예정”
0.75%p↓ 기대속 ‘부담론’도
정례회의 전 인하 관측까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파장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를 중심으로 과감한 부양책을 주문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경기 대책의 1순위인 기준금리 인하는 예정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이 지난주 한 모임에서 미국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며 ‘실질적’ 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는 버냉키 의장의 이 말을 받아 연준이 이달 말 연방기금 금리 목표치를 0.50%포인트 내릴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버냉키가 ‘실질적’ 조처라는 표현을 쓴 것과 지난달 금리 인하 폭이 0.25%포인트에 그쳐 금융시장을 실망시킨 것이 그 근거다.
0.25%포인트 인하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으나 소수다. 한편에서는 이 참에 0.75%포인트 인하라는 비상 조처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신들은 15일 소비지표가 발표된 직후 뉴욕 금융시장에서 0.75%포인트 인하 확률이 56%에 이르렀으나 그 뒤 40%로 떨어졌다며 가능성을 대체로 낮게 보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를 0.75%포인트 내릴 경우 미국 경제가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큰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상황의 긴급성을 감안해 연준이 이달 29~30일로 잡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전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충분히 생각할 만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도 2001년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전에 긴급 회의를 열어 금리를 내린 바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한쪽에서는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적어도 3%까지는 내려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금융시장을 비롯해 경제 전반에는 호재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또다른 거품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몇 년 전 경기침체 등을 막는다며 금리를 대폭 내린 탓에 지금의 주택시장 거품을 만들고 서브프라임 위기를 낳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도매물가 상승률은 6.3%로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또 미국 노동부는 16일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에 비해 0.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한해 동안 4.1%나 올라, 1990년 이래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달러 약세에 따른 부담도 크다. 연준으로서는 고민스런 대목이다.
재정 지원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 의회와 백악관을 중심으로 세금 감면, 실업수당 인상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을 둘러싸고 의견 차가 커 현실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런 대책들이 추진돼도 경기침체를 막기에는 때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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