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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협력회의 회원국 국부펀드 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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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연안국 국외자산 2조달러 전망…‘고유가시대’ 실감
국부펀드등 금융투자 급증 영향력 확대…‘경계’ 목소리도
고유가로 오일머니를 두둑하게 챙긴 걸프 연안국들의 국외 자산이 올해 무려 2조달러(약 189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휘청거리는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에 ‘급전’을 대는 등 전세계 부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산유국들의 힘을 한층 실감하게 하는 규모다.각국 은행들을 회원사로 둔 국제금융협회는 지난해 1조8천억달러에 이른 걸프협력기구(GCC) 회원국들의 국외 자산이 고유가와 왕성한 투자활동에 힘입어 올해 2조달러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걸프협력기구는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연합·카타르·바레인·오만이 회원국으로 있다. 6개국 총인구가 3600만여명이므로, 1인당 5만5천여달러의 국외자산을 가진 셈이다.
걸프 연안국들의 국외자산 규모는 2007년 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인 9천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고유가는 지난해 6개국의 국내총생산 규모를 명목가치 기준으로 2003년의 두 배에 이르게 할 정도로 ‘돈벼락’을 안겼다. 국제금융협회는 “고유가가 걸프협력기구 회원국들의 외환보유고와 자산운용 펀드의 규모를 늘려줄 것”이라며 “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들의 역할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회는 6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지난해 2150억달러에서 올해 2500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걸프 연안국들은 넘쳐나는 오일머니로 지난해부터 국외 투자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국외자산 대부분은 석유 판매대금으로 조성한 국부펀드에서 사들인다. 이들 국부펀드는 지난해 말부터 신용경색과 서브프라임 투자 손실로 자금 위기를 겪는 미국 대형 투자은행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해 국제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와 미국 나스닥 지분도 사들이며 금융업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걸프 연안국 오일머니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기구조차 최근 국부펀드에 대해 “(이윤추구 외의) 목적의 다중성, 투자 주체와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국제금융협회는 유가가 상당 수준까지 떨어지는 않는 한, 이 지역 경제가 지난해(5.2%)보다 높은 8% 가량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로 마련한 돈을 다양하게 투자해 에너지 외의 산업을 키우고 있는 점도 6개국의 성장 전망을 밝게 한다고 협회는 밝혔다. 그러나 쿠웨이트를 빼고는 모두 환율을 미국 달러에 고정해, 5~6%에 이르는 물가상승률이 고민이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환율 목표를 맞추려면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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