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8 01:51
수정 : 2008.01.18 01:55
서브프라임여파 98억 달러...미 경기침체 우려 확산
세계적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지난해 4분기 94년 역사상 최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경기부진 여파가 월가에 번져나가면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릴린치는 지난해 4분기에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등과 관련해 146억 달러의 자산을 상각해, 98억3천만달러(주당 12.01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17일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메릴린치는 지난해 3분기에도 22억4천만달러의 역대 최대 분기손실을 입어, 2분기 연속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게 됐다. 메릴린치는 2006년 4분기에는 23억 달러의 순익을 남겼다.
메릴린치는 이런 분기실적 악화로, 지난해 연간 80억5천만 달러의 손실을 입어 1989년 이후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메릴린치는 2006년에는 73억1천만달러의 연간 순익을 남겼다. 메릴린치의 주식은 실적발표 뒤 주당 2.22달러, 4%가 떨어졌다.
메릴린치의 존 테인 회장은 “이런 연간 실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최근 몇주간 회사의 유동성과 재무상태를 강화해왔다”고 말했다. 메릴린치는 지난 12월 실적악화를 책임지고 스텐 오닐 회장이 물러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메릴린치는 재정악화를 벗어나기 위해 최근 싱가포르, 한국, 쿠웨이트 등의 국부펀드에서 13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메릴린치의 이런 실적보고는 15일 씨티그룹이 지난해 4분기 196년 역사상 최악인 98억3천만 달러 손실을 기록한 직후 발표 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제이피모건체이스도 16일 지난해 4분기에 모기지 부실 관련 13억 달러의 자산을 상각해, 순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34%가 줄어든 29억7천만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계적 투자은행의 재정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이런 실적보고는 정부에 경기부양책을 마련하도록 압박하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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