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23 21:12
수정 : 2008.01.23 21:12
작년 미 1.1% 견줘 중 10%
FT “선진국 경제 이미 고도화”
인도 등 개도국 효율성 급증세
지난해 선진국의 노동생산성은 완만하게 높아진 반면, 많은 개발도상국은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중에서는 유럽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미국을 조금 앞질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미국의 민간 경제 조사·연구기관인 콘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 보고서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콘퍼런스 보드는 지난해 미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1.1%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1995~2007년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2.1%)에 견줘 1%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미국 생산성은 3년째 증가세가 둔화됐다. 콘퍼런스 보드 연구 책임자인 바트 밴 아크는 이에 대해 “경기 상승기의 후반부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했다. 경기 상승세가 말기에 다가갈수록 고용이 늘어나는 속도가 산출이 증가하는 속도를 따라잡게 돼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몇년간 호조를 보이던 미국 경기는 작년 3분기(7~9월)를 기점으로 둔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유럽연합 15개국(2004년 문호 확대 이전의 회원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지난해 1.3%로 집계됐다. 소폭이긴 해도 2년 연속 미국보다 높았다. 이는 유럽의 성장세 등이 비교적 호조를 보인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 인도 등과 비교하면 생산성 향상이 저조하긴 미국과 매한가지다.
중국의 생산성은 지난해 10% 이상 늘어났다. 밴 아크는 혁신 증가와 농촌 인구의 산업지역 이동으로 중국이 높은 생산성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도 빠른 생산성 증대를 기록하는 등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경제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다만 브라질 등 일부 국가는 생산성에서 큰 진전이 없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생산성 증가율 격차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선진국은 경제가 고도화해 효율성을 제고할 여지가 개도국보다 좁기 때문이다. 고령화 현상으로 취업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도 어렵다. 미국과 유럽 15개국 모두 1995년 이후 전체 노동시간이 한해 약 1% 늘었으나 앞으로 이런 증가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선진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선진국들이 현재와 같은 1인당 소득 증가율을 유지하려면, 다가올 20년 동안 생산성을 해마다 2% 이상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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