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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31 20:30 수정 : 2008.01.31 23:40

미국 연방기금 금리

금리 0.5%p 추가인하에도 다우지수 하락…미봉책 비판
전문가들 “과소비에 칼날을” “경제기본 재확립” 지적

미국에서 갖가지 대책에도 경기침체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자, ‘미국병’인 ‘소비 중독’을 치료하지 않고는 위기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는 30일 “경제의 하강 위험”을 내세워 다시 0.5%포인트 인하를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3.0%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뉴스>는 추가 인하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9일 사이에 기준금리를 모두 1.25%포인트나 떨어뜨려, 과감한 금리 인하로 이름난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을 무색케 만들었다.

이처럼 돈부터 풀고 보는 응급처방에 대해선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하버드대 국제개발센터 리카도 하우즈먼 소장은 31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지속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미국인들의 소비행태에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가 미국 경제의 70%를 설명하기 때문에 재조정은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만들 수 있다”며 “하지만 지속 가능한 길이 세계 경제에도 이롭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부가 가구마다 1천달러 안팎의 세금환급을 시행하는 것은 “어떤 거시경제 교과서에도 없는” 조처라고 비판했다.

하우즈먼 소장은 “많은 가난한 나라들이 재조정을 이겨내고 성과를 냈다”며 “미국은 일단 투정꾼처럼 구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소비가 거품을 키운 점은 외면한 채 경기부진 우려에 안달복달하는 미국인들과 정치권에 던지는 충고다. 과학기술 투자를 통한 생산력 발전이라는 ‘경제의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그는 제안했다.

미국인들의 소비 과잉은 ‘어플루엔자’(affluenza)라는 조어까지 만들어냈다. 1997년 미국 <피비에스>(PBS) 방송은 ‘affluent’(풍요한)와 ‘influenza’(인플루엔자)를 붙여 만든 이 이름의 다큐멘터리에서 소비지상주의를 고발했다. 영국 정신병리학자 올리버 제임스는 최근 연구에서, 영미권에서 ‘어플루엔자’ 성향이 유럽대륙보다 두 배 많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 교수도 현재의 위기는 1970년대부터 싹이 자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지적했다. 성인 남성의 실질소득이 정점을 찍자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중산층의 소비욕구를 채웠지만, 이것도 한계에 이르자 마구잡이 대출로 집을 장만하거나 집을 담보로 분에 넘치는 소비를 했다는 견해다. 불평등 심화도 위기의 원인으로 꼽은 라이시 교수는 임금 상승과 노조 강화, 저소득층 교육기회 확대 등을 미국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기준금리 인하에도 30일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3% 하락해, 부양 노력의 단기 성과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사태 수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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