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0 21:24
수정 : 2008.02.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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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 주거지역 지가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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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장기부진 가능성 우려 늘어”
미국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의 악몽을 겪은 1990년대 일본처럼 오랜 부진의 늪에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고통의 10년을 보낸 일본의 경험을 미국의 현실과 오버랩시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경기침체 현실화에 맞춰지던 초점이 장기 부진 쪽으로 옮겨가는 것은 당시 일본과 현재 미국의 문제가 모두 급등한 부동산 가격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던 일본 경제의 추락 요인 가운데 하나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거품의 급속한 붕괴였다. 거품 붕괴는 투자와 소비, 고용 부진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경제전략연구소 소장은 “(일본과 미국에는) 사람들이 인정하고 싶어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유사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수십년 미국의 경기침체는 10개월 안팎을 지속하는 형태를 보였는데, 침체기를 지나도 일본처럼 탄성을 되찾지 못하면 문제는 아주 심각해진다.
성급한 비교라는 견해도 아직 만만치 않다. 1985~91년 일본 주택가격은 세 배 가량 뛰었지만, 2001년 이후 미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82%였다. 일본 주택가격은 정점을 찍은 뒤 14년 동안 상승분의 거의 전부를 까먹었다. 미국에서는 2006년 정점에서 10% 가량 내려간 집값이 앞으로 10~15%만 더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경기침체가 1년을 넘기겠지만, 일본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실기한 데 반해, 미국 정부는 과감한 부양책을 곧바로 내놓은 점도 이런 견해를 뒷받침한다.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에 대해선 이처럼 견해가 엇갈리지만, 현대 선진 경제권에서 최악이라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상기시킬 만큼 미국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는 다수가 동의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의 장기불황은 정책실수 때문만이 아니라, 수출시장에서 중국 등의 도전이라는 구조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3년 이후 미국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1.6%)이 이전 10년간(2.5%)보다 낮다며 “미국은 완화된 ‘일본 병’을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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