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26 20:13
수정 : 2008.02.2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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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 / 달러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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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준비 통화’ 추진…이란까지 맞장구
세계 2위 석유 수출국 러시아가 석유 수출대금을 달러에서 자국통화인 루블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란에 이어 러시아도 달러를 석유 결제수단에서 배제한다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 약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2일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는 최근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 대통령이 되면 루블을 ‘지역 준비통화’로 만드는 것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기존 준비통화들의 구실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루블은 사실상 지역 준비통화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율이 높은 주변국들의 석유 결제수단을 루블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시장의 큰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를 겪으며 추락한 루블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루블화 패권’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알렉세이 쿠르딘 러시아 재무장관은 “루블은 4~5년 안에 안정적 통화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고유가 시대 개막으로 루블의 가치는 달러에 대해 30% 올랐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러시아가 이달 들어 국내 석유정제제품의 결제통화를 루블로 바꾸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다음달 민간거래가 시작될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품거래소에서 석유 가격을 루블로 표시하는 것도 이런 준비의 일환이다.
석유 대금의 달러 결제를 끝내겠다고 선언한 4위 석유 수출국 이란도 루블을 결제수단의 하나로 삼을 수 있다며 맞장구쳤다. 러시아 주재 이란대사는 러시아 쪽과 석유 결제통화를 협의하는 자리에서, 이란은 “달러의 노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안정성 등을 들어 루블의 준비통화로의 발전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의 비탈리 예르마코프 러시아·카스피해 연구실장은 루블의 국제결제수단 데뷔는 달러가치 하락이 계속될 경우에나 현실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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