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27 20:38
수정 : 2008.02.2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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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계층별 계층이동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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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보도
“최하위→최상위 6% 뿐 계층이동 가능성 낮아져소득분배 불평등은 커져”
빈곤한 계층에서 태어난 사람한테도 부유한 계층으로 상승할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미국 사회의 믿음은 점차 신화가 되고 있다고 〈비비시(BBC)〉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인들은 사회 밑바닥 출신이 부를 움켜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며, 이것이 유럽 여러 나라보다 높은 경제적 불평등을 견디게 한다고 지적돼 왔다.
〈비비시〉는 미국의 대표적 두뇌집단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최신 연구 결과를 인용해, 최하위 20% 소득계층(1분위)에서 태어난 사람들 가운데 6%만이 최상위 20% 계층(5분위)으로 상승하고, 42%는 최하위 계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반면, 최상위 20% 계층 출신들의 경우 39%가 계속 이 계층에 남고, 62%는 상위 40% 계층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미국인들이 한 계층 이상 상승하거나 소득이 높아질 가능성은 34%, 반대로 한 계층 이상 하강하거나 소득이 낮아질 가능성은 33%였다. 이는 미국 사회의 계층이동 가능성이 1950~60년대에 견줘 떨어졌음을 보여준다고 〈비비시〉는 풀이했다.
게다가 상위 계층의 소득이 하위 계층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가 중요한 이슈가 된 것은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다.
특히 미국의 빈곤층 출신 남성들이 유럽에 비해 계층 이동의 기회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1950년대에 미국 최하위 계층에서 태어난 남성들이 이 계층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은 42%로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의 25~30%보다 훨씬 높았다. 미국 최하위층 출신 남성들의 이런 추세는 멕시코, 브라질, 파키스탄 등 일부 개발도상국과 비슷한 것이다.
미국인들의 계층 이동 가능성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교육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높은 소득수준을 누릴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대학 교육을 받을 기회는 고소득층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하위 20% 계층 자녀들이 대학 학사모를 쓸 확률은 11%였으나, 최상위 20% 계층 자녀들은 53%나 됐다. 계층간 대학 졸업률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보다 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사벨 사와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 들어서는) 미국의 새 정부는 어떻게 하면 미국인들이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기회를 더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저소득층 출신 어린이들에 대한 조기교육 투자를 늘리는 등 강력한 교육체계를 갖추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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