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5 19:21
수정 : 2008.03.05 19:21
1유로 당 1.5275달러 ‘사상 최고치’…“수출 악재될라”
유럽 재무장관들이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에 강세를 나타내는 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유로화는 독일, 프랑스 등 15개 유럽 국가가 공용통화로 쓰고 있다.
유로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3일(현지 시각) 재무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현재 환율은 경제 기초여건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우리들은 유로화의 움직임을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지 바죽 슬로베니아 재무장관도 “유로화 상승은 고무적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또한 ‘유로화가 고평가돼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해, 유럽 재무장관들을 거들고 나섰다.
유로는 3일 달러에 대해 1유로=1.527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로는 지난해에도 달러에 견줘 16%나 절상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1유로=1.50달러가 심리적 저지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로가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간부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앞세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하고,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달러 약세가 미국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한 게 한몫을 했다.
유로 강세는 유럽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 전반에 악재가 되기 쉽다. 유럽 경제는 미국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냉기를 느끼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달에 올해 유로경제권의 성장률 전망치를 애초의 2.2%에서 1.8%로 낮췄다.
유럽 재무장관들은 미국뿐 아니라 장-클로드 트리세 유럽중앙은행 총재에게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유로 강세를 막는 데 한몫을 할 수 있지만 그럴 낌새가 없기 때문이다.
트리세 총재가 최근 ‘강한 달러 정책이 미국 국익에 맞다’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을 끄집어 내며 미국에 걸맞은 대응을 에둘러 요구한 것은 이런 상황 탓이 크다. 하지만 미국 쪽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있다. 달러 약세 덕분에 수출이 늘어 그나마 미국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는데 이를 마다할 까닭이 없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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