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0 19:43
수정 : 2008.03.10 19:43
미 투자은행, 90달러대로 올려…골드만삭스 “200달러도 가능”
오펙 회원국, 증산 부정적…멕시코만 새 유전 10년만에 ‘최저’
국제 유가가 100달러대를 굳히자, 유가 예측치 상향 조정이 한창이다. 중장기적으로 ‘유가 200달러’ 전망이 나오는 등 석유시장의 불안정성이 한층 심각해져 세계 경제를 긴장시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1분기 서부텍사스산원유 평균가 예측치를 이전보다 7달러 높은 배럴당 93달러로 올렸다고 보도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가 지난 6일 106달러를 돌파하는 등 올해 평균가가 95.12달러까지 상승해 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연중 평균가를 81달러로 내다본 소시에테제네랄은행의 석유시장 수석분석가 마이클 휘트너도 “지금 예측치를 조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05년 유가가 10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측해 ‘선견지명’을 보인 골드만삭스는 가장 극단적인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유가 평균을 95달러, 내년은 105달러로 올려잡으면서 “미국 경제가 동력을 회복하거나 공급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면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 둔화에 따른 달러 약세가 유가 급등의 주된 배경으로 꼽히지만, 미국 경제가 회복하더라도 수요에 대한 기대 때문에 유가가 폭등할 수 있다는 경고다.
유정의 꼭지를 틀어쥔 석유수출국기구(오펙)의 의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증산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한 오펙은 좀처럼 수입국들의 고통에 귀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미국의 가솔린 평균가격은 다음날 갤런(약 3.79ℓ)당 3.20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에너지시장 컨설팅업체 피에프시에너지는 고유가를 전제로 재정지출 규모를 짜놓은 오펙 회원국들은 증산이 부를지도 모를 유가 폭락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배럴당 94~97달러, 나이지리아는 68달러, 이란은 55달러의 연평균 가격이 보장돼야 씀씀이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라크전을 비롯한 미국의 중동 정책도 오펙의 뻣뻣한 자세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반미 성향의 이란과 베네수엘라 정부가 감산을 부르짖는 데는 조지 부시 미 행정부에 대한 ‘악감정’도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편, 석유자원 국유화 추세로 석유메이저들의 얼마 남지 않은 유전지대 가운데 하나가 된 멕시코만의 새 유전 개발이 신통치 않아 공급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해 멕시코만의 원유 발견량 5억5300만배럴은 1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또 2006년 발견량의 절반에 못미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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