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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석유자원 통제권 ‘시험대’에
증산 거듭 요구할 듯…오펙 ‘냉랭’ 성과 미지수
거듭된 증산 요구에 꿈쩍도 않는 산유국들을 설득하기 위해 백악관이 딕 체니 부통령을 ‘오일 특사’로 보낸다. 하지만 체니의 순방 목적이 달성될지는 의문이어서, 석유자원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백악관은 이날 체니 부통령이 유가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문제를 논의하러 16일부터 중동 순방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는 석유수출국기구(오펙) 지도국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이스라엘·터키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지난주 중동을 들렀고 이-팔 협상은 재개를 앞두고 있는 점에 비춰, 이번 순방의 방점은 유가에 찍혀 있다.
체니는 첫 방문국 사우디에서 압둘라 국왕한테 재차 증산을 요청할 예정이다. 데이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조지 부시 대통령은 최대 수요자인 미국의 경제가 약화되고 있고, 고유가가 그 원인의 하나라는 점을 오펙이 고려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은 오펙 비회원국으로 산유국과 수입국의 중재자 노릇을 하는 오만에서도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체니는 석유 메이저 등 미국의 에너지회사 대표들로 구성된 부시 행정부의 국가에너지정책개발그룹(에너지 태스크포스팀)의 일원으로서 미국의 에너지 정책, 특히 석유자원 정책 문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다.
오펙은 지난 6일 “미국 경제의 잘못된 운용”과 투기 세력을 유가 급등 배경으로 꼽으며 증산 요구를 명백히 거절했다. 그럼에도 체니가 중동을 찾는 것은 고유가 문제가 당장 꺼야 할 미국 경제의 ‘발등의 불’임을 말해 준다. 오펙은 과거 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미국의 증산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며 협조적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사우디는 오펙에서 미국의 요구를 관철하는 일을 주도해 왔다.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는 오펙 회원국들 가운데 곧바로 상당량의 증산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오펙 회의에서 사우디 석유장관이 “단 1배럴도 증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바 있고, 다른 회원국들 분위기도 비슷해 이번 체니 방문이 성과를 낼지는 알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1월에도 압둘라 국왕을 만나 증산을 요구했지만 허사였다. 오펙 의장인 차키브 켈릴 알제리 에너지·광업장관은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유가 평균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것으로 보면서, 수요 감소에 대비해야 하기에 증산은 불가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전에라도 특별회의를 열 수는 있으나, 오펙 석유장관들의 정기회동은 9월에나 예정돼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이날 한때 배럴당 108.21달러까지 올랐다가 107.90달러에 장을 마쳐 또다시 최고기록을 갈았다. 11일 뉴욕상업거래소 장외거래에서는 109.20달러까지 뛰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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