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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24 20:54 수정 : 2008.03.24 23:47

주택 가압류 현황

상환이자 연체→가압류 위기→고리채 ‘악순환’
연이자율 800%에도 빚내…“경기 회복 악영향”

화장실은 넘쳐 배설물이 거실과 현관에 흘러내린다. 흠뻑 젖은 양탄자 위에는 빈 맥주병과 담뱃갑이 굴러다닌다. 잡초가 무성한 잔디밭에는 ‘매매’라고 쓰인 팻말만이 을씨년스럽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시사주간 <타임> 최근호가 전한 미국 부동산 거품 붕괴의 단면이다. 이 잡지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가압류돼 비어 있는 캘리포니아주 모데스토의 한 도심 인근 주택의 모습을 통해, 부동산 거품의 후유증에 몸서리치는 서민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했다. 두 달째 모기지 상환을 못한 피제이 스크러그는 35년째 살아온 집을 빼앗길까 걱정이다. 그는 “주위에 가압류당한 사례가 흔해 빠졌다”며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호소했다. <타임>은 “한때 꿈꾸던 그림 같은 2층집이 악몽이 됐다”고 묘사했다. 주택 242채 가운데 1채꼴로 가압류 절차가 진행 중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이 지역에는 주택을 가압류당하고 노숙자가 된 이들을 위해 최근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노숙자 보호시설이 문을 열었다.

가압류를 피하려는 서민들은 고리채에 내몰리고 있다. 뉴욕주에 사는 자넷 허드슨은 한 달 1천달러(약 99만7천원)의 모기지 상환을 위해 900달러를 빌렸다. ‘울며 겨자 먹기’로 2주 단위로 금리가 최고 800%에 이르는 ‘초단기 고금리 소액대출’(pay day loan)을 이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자와 수수료만 한 달에 800달러에 이르렀다. 그는 “원금 상환은 손도 못 댔다”며 “대출업자한테서 ‘감옥에 보내 버리겠다’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리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네바다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주택이 가압류 절차에 들어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만명이 고리채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하이오주에서만 1650곳의 고리대금업체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의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버거킹·웬디스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을 만큼 흔하다. <로이터> 통신은 23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유니언 마일스 지역은 기존 일반은행들이 모두 이런 고리대금업체로 교체돼, 1~2주간 즉석에서 대출해 준다는 광고가 요란하다”고 전했다.

고리채 피해가 늘면서 오하이오·버지니아·애리조나·콜로라도·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자를 36%로 제한하는 법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연 36%의 이자제한법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13개 주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이자제한법이 적용되고 있는 주에서도 인터넷 고리채 피해는 이어지고 있다. 아칸소주에서는 주 검찰총장이 지난 18일 고리대금업체에 편지를 보내 “대부분 서민들의 등을 떠밀어 막대한 돈을 벌었다”며 문을 닫지 않으면 소송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월 말 현재 미국 전역에서 22만3651건이 주택 가압류에 앞서 모기지 상환 연체 관련 통지를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8%가 늘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최근 전했다. 미국 557가구 가운데 1가구꼴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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