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31 21:08
수정 : 2008.03.3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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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직 찾으러 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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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때 직업체험 상품 인기
75% 환상 깨닫고 이직 포기
‘이번 휴가(vacation)엔 당신이 평생 꿈꿔왔던 직업(vocation)을 가져보세요’
새 직장으로 이직하기 전 그 일을 미리 체험해보며 적합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한 미국의 직업 체험형 여행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보도했다. 2003년 문을 연 ‘보케이션 베케이션’(www.vocationvacations.com)은 직장인들이 휴가를 활용해 평생 꿈꿔온 직업의 멘토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상품을 판다.
선택 가능한 ‘체험’은 와인 소믈리에부터 신발 디자이너, 목장 주인 등 무려 200여종에 이른다. 맥주와 치즈 기술자, 스포츠 아나운서 등이 선호도가 높은 직종이다. 600~2000달러를 지불한 참가자들은 1~3일간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멘토’와 함께 일하며, 적성 검사와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체험을 한 이들의 75%가 자신의 열정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닫고 원래 일터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회사원 헨리 야마모토(40)는 강아지 보육원을 차리는 일을 꿈꿨지만, 현장에서 하루만 일해본 뒤 이직을 포기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과 하루종일 강아지 똥을 치우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자신의 적성을 확인한 이들도 있다. 패션 산업으로 이직한 부동산 업자, 강아지 훈련사가 된 은행가, 호텔리어가 된 음악가 등이 대표적이다. 몇명은 직업 체험도중 능력을 인정받아 인턴 자리를 얻기도 했다.
‘보케이션 베케이션’은 브라이언 쿠르트(41) 사장 자신이 이직을 꿈꾸다 만들어낸 산물이기도 하다. 1990년대 후반 실업자가 된 그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며 일자리를 찾다가 재미있는 현상을 포착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많은 이들의 자신들의 직업을 불편해하고 있었다”며 “속을 드러낼 기회를 주면 많은 이들이 ‘지금 나는 변호사이지만, 사실은 다른 어떤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식이었다”고 당시 경험을 전했다.
쿠르트는 “평생 꿈꿔온 이직을 위해 그동안 일궈온 경력을 버린다는 것은 위험 부담이 매우 크다”고 지적하며, 상대적으로 작은 시간과 비용으로 냉철하게 이직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것이 프로그램의 최대 이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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