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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2 10:16 수정 : 2008.05.22 10:16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가 배럴 당 130달러마저 돌파하면서 국제유가 150달러 시대를 예견하는 목소리들이 잇따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개장 전 전자거래에서 배럴 당 130.47달러까지 상승한 데 이어 정규 거래와 시간 외 전자거래에서 133달러과 134달러를 차례로 돌파하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WTI는 전날 종가에 비해 4.19달러, 3.3% 급등한 배럴 당 133.17달러에 거래를 마감, 종가 기준 최고치도 함께 갈아치웠다.

국제유가는 지난 2002년 초 배럴 당 20달러를 밑돌기도 했으나 경제호황과 신흥경제권의 부상을 바탕으로 상승추세로 전환, 지난 3월 배럴 당 103.95달러까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역대 최고치인 1980년의 103.76달러를 28년 만에 넘어선 이후에도 지칠 줄 모르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달러가치의 기록적인 하락과 이라크, 나이지리아 정정불안, 미국과 이란의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불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여력 고갈, 중국 대지진으로 인한 경유수요 증가 전망 등이 잇따라 부각되면서 국제유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와 관련, 시장 관계자들은 세계 최대의 원유 소비국인 미국의 경제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국제유가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국경제의 사이클에 따라 국제유가도 등락을 거듭했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브라질 같은 신흥경제권의 부상으로 미국 경제상황이 여러 변수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을 만큼 세계경제 지도가 변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한자원인 석유의 공급이 장기적으로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도 현재의 국제유가 상승이 단지 달러가치 하락이나 투기적인 자금에 의한 인위적인 급등이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투기자본의 역할이 부각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투기자본보다는 수급불안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면서 금융권이 유가 전망을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시장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이날 공개한 의사록을 통해 투기자본의 유입이 국제유가 상승의 주된 이유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기록적인 국제유가 상승세의 원인을 놓고 산유국과 소비국이 서로 다른 분석과 해법을 내놓고 있는 것도 국제유가의 상승추세를 부추기면서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예견하는 목소리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T. 분 피컨스는 공급부족 전망을 근거로 올해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 당 15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으며 골드만삭스도 이달 초 국제유가가 오는 2010년까지 배럴 당 200달러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배럴 당 91달러로 제시했던 올해 국제유가 평균 전망치를 배럴 당 12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시장의 장기적인 공급부족에 대한 불안심리는 장기 선물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NYMEX의 2016년 인도분 WTI 가격이 배럴 당 141달러를 넘어서는 초강세를 나타내면서 올 들어 60% 가까이 폭등한 것도 국제유가 150달러 시대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150달러 돌파를 주장한 피컨스의 전망이 아직은 소수의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지만 장기적인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지난 1980년 석유 파동 당시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유가보다도 근 30% 오른 수준인 현재의 국제유가로 인해 경제전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기하강에 이은 고유가로 미국 내에서만 이미 7개의 항공사가 파산하거나 운항을 중단했으며 자동차 판매도 1990년대 수준으로 후퇴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실물경제가 고유가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지칠 줄 모르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가 인플레를 촉발시켜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유가의 향후 움직임을 결정할 수 있는 변수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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