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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2 11:32 수정 : 2008.06.22 11:32

줄서서 분양취소..은행권, 금융부실 경계령

지난 수년간 급등세를 구가했던 중국 부동산 시장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전에는 땅값이 오르면 아파트 가격도 뒤따라 오르는 악순환이었지만 지금은 아파트 가격 하락이 지가에 영향을 주고 지가가 다시 아파트 가격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를 계약했다가 취소하는 현상은 올들어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시작은 선전(深<土+川>)이다. 선전은 지난해 상반기에 45%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은 1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지난해의 상승폭을 그대로 반납한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개발상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한꺼번에 분양하는 법이 없다. 1기, 2기, 3기, 4기 등으로 나눠 점차 분양가를 올려가는 수법이다.

가격이 당연히 오를 줄 알고 1기를 분양받았다가 기수가 지날수록 분양가가 하락하자 계약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개발상과 분쟁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이 선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하이증권보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北京)에서는 지난 1-4월 매달 계약취소 건수가 1천건이 넘었다.


개발상들이 견디다 못해 분양가를 할인하자 앞서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불공평하다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

한 부동산개발상은 "이전에는 줄을 서서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지금은 줄을 서서 계약을 물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上海)는 올들어 거래량이 줄긴 했지만 현저한 가격조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최근 상하이에서 한 부동산개발상이 지난해 비싸게 낙찰받은 토지를 포기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충격을 줬다.

상하이 중심에서 멀지 않은 푸퉈(普陀)구의 토지를 지난해 최저가의 2.5배인 11억위안(1천650억원)에 낙찰받은 즈청(志成)이라는 회사가 최근 이 땅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낙찰보증금 수천만위안을 떼이는 것은 물론이다.

상하이에서는 땅을 낙찰받기만 하면 다음은 땅짚고 헤엄치기였다. 그만큼 아파트 분양이 쉬웠고 떼돈을 벌 수 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가의 수배나 되는 웃돈을 주고 땅을 사들였지만 올들어 부동산시장에 이상기류가 흐르면서 즈청이 개발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대출을 받기가 예전같지 않고 분양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사라졌다. 주변 아파트 시세가 떨어지고 있는데 분양가를 올려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에 푸젠룽신(福建融信)부동산은 7천만위안의 보증금을 포기하고 낙찰받은 땅을 정부에 되돌렸다.

부동산업계는 개발상들의 비이성적 탐욕이 철퇴를 맞을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하이에서 발행되는 유력 일간지인 동방조보는 최근 상하이시 중심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고 보도해 충격을 줬다.

고급주택가인 구베이(古北)에서 분양중인 위추이하오팅(禦翠豪庭)의 경우 이달 분양된 162채의 평균 분양가격이 1㎡당 3만3천806위안(500만원 상당)이었다.

이는 1-5월 분양된 128채의 평균 가격 4만4천734위안에 비해 1만928위안, 24.4%가 급락한 것이다.

위추이하오팅은 홍콩 재벌인 리자청(李嘉誠)의 자회사가 분양하는 아파트여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부동산 가격에 이상기류가 감지되면서 은행들은 금융부실을 막기 위한 보호책을 강구 중이다. 중앙은행은 선전, 광저우(光州) 일대의 부동산가격 조사에 착수했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았다가 이자를 못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긴장하기 시작했으며 개발상들이 채무를 은행에 전가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시장은 지난 수년간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수배로 폭등했다. 지난 5년간의 두자리수 경제성장과 올림픽을 앞둔 특수가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부동산시장은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사물의 발전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의미다.

중국의 부동산시장이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며 파장이 얼마나 확산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완급조절로 금융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상하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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