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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16 01:34 수정 : 2008.09.16 01:34

대마불사 모럴 해저드 차단…기준 모호 비판도

베어스턴스를 JP모건체이스에 매각할 때는 거액을 지원했던 미 정부가 리먼브러더스의 매각협상 과정에서는 금융지원 제공을 끝까지 거절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어스턴스는 그나마 정부의 지원 덕분에 새 주인을 찾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리먼의 경우에는 정부의 완강한 입장으로 인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바클레이즈 등과의 인수협상이 무산, 결국 파산보호 신청까지 이르게 됐기 때문이다.

미 정부의 이런 입장은 우선 국민 세금으로 개별 업체의 경영부실에 따른 손실을 막아주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겨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 “정부지원 없다”…강경입장 고수

지난 12일 오후 6시 뉴욕 맨해튼의 뉴욕 연방준비은행 사무실에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준은행 총재 외에 맨해튼의 주요 금융기관 대표.임원 30명이 집합했다.


리먼브러더스의 유동성 위기가 깊어지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위기가 메릴린치나 AIG 등 여타 금융기관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리먼의 처리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위기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시 폴슨 장관은 참석자들에게 "모두 다 리먼(의 위기)에 노출돼있다"면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이스너 총재도 이는 한 개별 금융기관의 문제가 아니므로 업계의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업계가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할 경우 그들이 바로 다음 차례가 될 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슨은 지난주 초부터 금융기관 대표들에게 전화를 걸어 더 이상 구제금융은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혀왔던 것으로 알려졌고,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베어스턴스의 매각 때처럼 지원을 해주는 조건으로 리먼을 매각해야 한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폴슨은 이어 주말 내내 이어진 협상에서 리먼의 인수후보업체인 바클레이즈, BOA가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데 대해 끝까지 불가 입장을 고수해 인수후보 업체들이 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하게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리먼의 파국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미 정부가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일종의 힘겨루기 게임후 모종의 타협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폴슨의 입장고수로 결국 리먼의 새 주인 찾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 “모럴해저드 차단” Vs. “기준 모호”

미 정부가 이런 강경 일변도의 태도를 견지한 것은 지난 3월 베어스턴스를 JP모건체이스에 매각할 때와는 정 반대여서 금융시장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 재무부와 연방은행은 JP모건체이스가 베어스턴스를 인수할 때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3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던 바 있다.

당시에도 민간 업체의 부실에 대한 정부 지원은 모럴 해저드를 유발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미 정부는 지원을 강행함으로써 모럴 해저드 방지보다는 금융시장의 붕괴를 막는 쪽에 무게를 뒀었다.

하지만 미 정부는 이번에는 구제금융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반대로 금융시장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원칙 바로잡기'를 선택했다.

이는 무엇보다 이번마저 구제금융을 지원하면 '파산시키기에는 시장에 줄 피해가 너무 크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식의 모럴해저드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부실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바로 세워야 향후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위기에 처한 미 자동차 업계가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면서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번이야 말로 업계가 단호한 원칙을 깨닫게 만들 기회였을 수 있다.

더구나 리먼은 수 개월 전부터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자산의 분리매각이나 지분 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도 스스로 운명을 책임져야 할 이유가 됐다.

또 리먼은 FRB가 최근 신설한 긴급 유동성 지원 제도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다는 점도 베어스턴스 사태 때와는 상황이 다른 점이다.

하지만 미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시장에서는 '누구는 지원해주고 누구는 지원을 거절하냐'는 식의 형평성 논란과 함께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원 여부가 단순한 대출을 떠나 100년이 넘는 미국 금융계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업체들의 생사가 달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 금융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원칙을 바로 잡는 것은 분명 옳은 일이지만 이에 대한 기준을 시장이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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