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23 14:43
수정 : 2008.09.23 14:43
‘골드만삭스 CEO 출신’ 폴슨 재무장관이 구제금융 주도
시장자율 외치다 문제만 생기면 국가개입 요구 ‘두 얼굴’
그 많던 시장주의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980년대 초 규제완화와 감세를 핵심 내용으로 한 ‘레이거노믹스’를 시작으로 20여년간 전세계 경제는 금융자본주의가 지배했다. 수조달러 규모로 조성된 헤지펀드는 감독도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고, 소매금융 중심의 상업은행은 ‘첨단 금융공학 기법’으로 무장한 투자은행(IB)에 금융산업의 맹주 지위를 내줬다.
이런 변화는 ‘정부 개입은 악, 시장은 선’으로 간주하는 시장만능주의 이데올로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계획 경제였던 동구권이 1980년대말 붕괴하자 “역사의 종언”(프랜시스 후쿠야마)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시장주의의 승리를 자축했다.
그랬던 이들이 이제 ‘새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치명적인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을 구해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구제금융 처방을 내놓고 있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주의자들의 천국인 미국 1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월스트리트의 시장주의자들까지 이제껏 금기시했던 정부의 시장 개입을 주도하고 있거나, 더 강력한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은행(WB) 부총재를 지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은행들이 평소엔 외부의 제안과 충고를 일절 거부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개입을 요구한다”며 “현 사태는 무능과 위선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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