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간 대출보증 등 3개항 합의도출
G7 ‘5개항 합의’ 불구 국가간 이견은 남아
유럽이 첫 시동을 걸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주요 7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현 상황(금융위기)은 긴급하고도 예외적인 행동을 요구한다”며 내놓은 5개항의 합의안에 대한 진전된 안을 유로존이 처음으로 내놨다. 프랑스·독일 등 유로화 사용 15개국의 모임인 유로존과 영국은 12일(현지시각) 내년 말까지 각국 정부가 은행간 대출 보증을 해주기로 하는 등 금융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요 7개국(G7)의 합의안과 이를 지지한 주요·신흥 20개국(G20)의 연쇄 회담 직후 “합의안에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유로존은 △내년 말까지 정부의 은행간 대출 보증(지급보증) △주요 은행의 도산 방지 △파산 직전에 몰린 은행의 재자본화(정부의 지분 인수 등을 통한 자본 확충) 등 크게 3가지 점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회담 뒤 “며칠 안으로 은행 시스템의 신뢰가 회복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주요 7개국은 5개 항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주요 금융기관의 추가 파산 방지와 유동성 공급 확대,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에 대한 지원은 금융시장 안정에 자금을 얼마든 쏟아붓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또 예금자 보호를 포함한 지급보증 강화 조처는 세계 금융시장을 마비시킨 불신을 걷어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나왔다. 주요 경제국들은 자산 가치의 정확한 평가 등 근본적인 처방전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유럽 이외의 나머지 지역에서도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에 대한 공동 합의가 가능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여전히 주요국간, 주요국과 신흥국간 이견이 존재하는 탓이다.
합의안 가운데 예금자 보호 강화를 둘러싸고도 미국과 유럽 사이에 온도차가 존재한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일어나고 있는 유럽의 경우 과거 보호대상이 아니었던 예금자까지 포함한 모든 예금자 보호에 찬성한다. 반면,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예고하긴 했지만, 아직 뱅크런이 일어나지 않는 미국 처지에선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
신흥국과 주요국간엔 ‘통화스와프’를 둘러싼 이해 차이가 존재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시장국도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선진국간 이루어지고 있는 통화스와프(예를 들어, 달러가 부족한 나라 중앙은행에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 달러를 다른 통화와 교환해 줌) 대상에 신흥시장국이 포함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신흥국의 이런 바람은 주요 7개국 합의 항목엔 빠져 있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주요·신흥 20개국(G20) 모임에서 “공조 노력이 주요 7개국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국제 공조를 둘러싼 합의와 이견을 제껴놓고, 세계 각국의 개별적 위기 대처는 계속되고 있다. 12일 하룻동안에만도 오스트레일리아 등 4개국이 은행 계좌에 대한 지급보증을 확대했다. 또 노르웨이는 자국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10일 자신이 대표로 있는 경제 전문 온라인 사이트 ‘아르지이(RGE) 모니터’에 올린 글에서 △한시적으로 모든 예금 보호 △기준금리 1.5%포인트 추가 인하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가계 부채의 일부 탕감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등 정책이 전세계적으로 “긴급하고도 즉시 필요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류이근, 워싱턴/김수헌 기자 ryuyigeun@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G7·G20, 금융위기 극복 구체합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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