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24 19:39
수정 : 2009.02.25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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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존스지수 주가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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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저자 등 유명학자들 한목소리
“상업은행들 부실 너무 커 정상화 어렵다”
“미국 은행 시스템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월가의 허상을 파헤치며 금융위기를 예고했던 베스트셀러 <블랙스완>의 저자로 유명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지금의 금융위기가 대공황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유화가 불가피하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이날 <뉴욕 타임스> 칼럼에서 거대 상업은행들의 국유화 필요성을 다시 역설했다.
월가의 투자은행에 이어 거대 상업은행들이 ‘2차 세계 금융대란’의 진앙지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부실이 너무 커서 국유화하지 않고선 도저히 금융 시스템을 정상화할 수 없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정부가 씨티은행의 최대 지분을 소유하게 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해진 데 이어, 세계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에이아이지(AIG)도 국유화를 향한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24일 나왔다. 지난해 4분기 에이아이지의 실적이 사상 최악인 60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정부는 지난해 이 회사를 지원하면서 우선주 형태로 확보한 79.9%의 지분을 의결권을 지닌 보통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등이 보도했다. 사실상 정부가 경영권까지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해 은행들이 1조달러가 넘는 부실을 손실처리하고, 미 연방정부가 2조달러(약 3천조원)를 시장에 풀었지만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나심 탈레브는 “은행 시스템 대부분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폴 크루그먼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도 같은 견해다. 특히 1차 세계 금융대란을 촉발한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보다 덩치가 훨씬 큰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상업은행들이 순자산보다 부채가 훨씬 큰 상태라는 지적들이 계속된다.
은행 국유화의 필요성은 정부가 25일부터 1천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지닌 거대 은행들에 대한 자산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밝히며, 더욱 커지고 있다. 온라인 경제전문 <마켓워치>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일부 은행들을 국유화로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의 느슨한 회계기준으로 감춰진 부실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재무부가 제시한 방식(TCE)대로 은행 자산건전성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되면, 씨티그룹의 투자등급은 “안전”선 훨씬 아래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이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할 통로는 이미 먹통이다. 정부 외엔 ‘구세주’가 없다. 크루그먼 교수는 은행을 국유화하지 않는다면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재무부는 최근 잇따라 은행 국유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유화가 되는 순간부터 당분간 시장에서 이 은행들의 가치가 증발하기 때문이다. 경영진과 주주들도 국유화로 인해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걸 원치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대형 상업은행들의 부실은 깊어지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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