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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3사 최근 1년간 판매량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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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디플레 공포’]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 자동차산업은 이미 ‘공황’(depression)에 빠졌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국가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의 이런 추락은 다른 산업의 시금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3일(현지시각) 발표된 2월 미국 내 자동차 판매실적을 보면, 68만8천대가 팔려 지난해 2월에 비해 41%가 줄었다. 1981년 12월 이후 최저다.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요타도 일본 정부에 사실상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미 2월판매 -41% 곤두박질
‘혼다’도 “지원요청 고려중”
“바닥 아니다” 하반기도 암울
제너럴모터스(GM)는 53%가 줄어든 12만6170대가 팔렸다. 포드는 48%, 크라이슬러는 44%가 감소했다. 도요타(40%), 혼다(38%), 닛산(37%)도 격감했다.
일본에서도 2월 신차 판매가 1년 전에 비해 32.4%가 줄었다. 1974년 이후 최악이다. 프랑스는 13.1%, 스페인은 48.8%가 감소했다. 에프라임 리비 스탠더드앤푸어스 자산리서치 분석가는 “심각한 경기침체의 악영향을 받아 ‘자동차 공황’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자동차산업이 위기에서 벗어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주택 및 주식 등의 자산 폭락과 실직이 전세계를 휩쓰는 상황에서, 몇천만원짜리 새차를 사기는 어렵다. <에이피>(AP) 통신은 4일 “파격할인과 매력적인 저금리 판매도 잔뜩 움츠린 소비자들을 유인하기에는 모자랐다”고 평가했다. 포드의 경제분석가 에밀리 콜린스키 모리스는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자동차회사의 파산설도 판매감소를 부추켜, 하반기에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은 갈수록 줄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전체 소매시장 판매의 약 20%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의 부진으로 경제위기는 더 길어질 것”이라고 4일 보도했다.
자동차회사들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발벗고 나섰다. 지엠은 이번 분기에 북미지역 생산량을 전년 대비 57%, 포드는 38% 감축할 계획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크라이슬러가 대당 평균 5566달러를 파격 할인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
정부에도 잇달아 손을 벌리고 있다. 이미 134억달러를 지원받은 지엠은 166억달러를 추가로 요청한 상태다. 지엠은 캐나다, 독일, 영국 등의 외국 정부에도 도움을 호소했다. 도요타 금융 자회사인 도요타 파이낸셜 서비스는 정부와 20억달러 융자협상을 벌이고 있다. 혼다도 지원요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푸조와 시트로엥은 프랑스 정부에서 각각 30억유로를 지원받을 계획이며, 스페인도 40억유로를 자동차산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크레디 스위스의 크리스토퍼 세라조 분석가는 “북미시장 판매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면 향후 2년 사이에 지엠 등의 회생이 아예 불가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지엠 등을 금융기업처럼 미국 정부가 인수하는 게 해결책일 수 있다고 국유화설을 2일 제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가 회복된다고 자동차산업도 살아나는 게 아니라, 잃어버린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회복해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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