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25 19:56
수정 : 2009.03.2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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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 대한 오바마 발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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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권으로 규제확대” 천명불구 반발 거세
부실청산 월가도움 필요…`달래기 나서나’ 관측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월가 규제가 고비에 섰다.
■ 제2금융권 규제 확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4일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공동으로 출석해, 정부가 대형 보험사를 포함한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폐쇄권을 포함한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은 연방자산신탁공사(FDIC)를 통해 규제할 수 있지만, 최근 문제가 된 에이아이지(AIG) 같은 보험회사를 비롯한 비은행권 금융회사를 통제할 적절한 수단은 없다는 것이다.
가이트너 장관은 “연방자산신탁공사의 권한 같은 것을 이용해 에이아이지 사태를 해결할 수단이 미국 법률에는 없다”며 “정부는 속수무책인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도 “(에이아이지 사태는) 금융 시스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비은행권 금융기관들에 대한 새로운 정리 절차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며 “모든 중요 금융기관에 대한 강력하고 효과적이며 통합적인 감독”을 촉구했다.
■ 월가 반격 보수 진영과 월가는 반격에 나섰다. 존 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전례 없는 권한 장악”이라며 “재무부에 그런 권한을 줘야 하는지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최대 로비단체인 펀드관리협회의 리처드 베이커 회장은 “우리는 규제 틀과 관련한 대화에서 건설적 참여자가 되겠다고 다짐했으나, 이런 제안들을 전적으로 이해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고 했다.
사모펀드 회사인 실버레이크의 글렌 허친스 최고경영자는 24일 <월스트리트 저널>이 주최한 포럼에서 “워싱턴과 월가는 지금 게티즈버그와 앤티텀과 같다”고 빗댔다. 오바마 행정부와 월가가 남북전쟁 당시 최고 격전지였던 게티즈버그와 앤티텀에서처럼 전쟁 상황이라는 뜻이다. 아서 레빗 전 증권감독위원회 의장도 “우리는 지금 기업을 때리는 문제에서 훨씬 더 왼편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월가를 대변했다.
■ 흔들리는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생중계된 텔레비전 연설에서 비은행권 금융회사 규제에 대해 “미국민과 의회가 강력한 지지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에이아이지 보너스 파문 당시 월가의 무책임함에 강하게 분노하던 기존의 모습은 사라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오바마가 월가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간자본 참여를 통한 은행 부실자산 청산(배드뱅크) 계획이 성공하려면 월가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25일 “지난 주말 오바마 대통령과 고위 관리들이 금융기관에 대한 비판을 ‘톤 다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백악관에서 월가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이례적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제이피모건, 골드만삭스,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 등 월가의 거물들이 참석한다.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친민주당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국민 세금으로 월가를 지원하는’ 이번 배드뱅크 계획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오바마는 일단 월가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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