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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제 원자재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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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경기부양만 초점 맞춰선 안돼”
각국 중앙은행도 금리인상 카드 만지작
세계경제가 미처 회복되기도 전에 벌써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8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세계경제 회생이 여전히 취약하다면서도, 경기부양책의 후유증으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칸 총재는 “경기가 오는 9~10월께 전환점을 맞고 내년 상반기에는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지만, “위기가 끝나면서 급격한 인플레가 전세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침체 후의 세계경제 상황이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더 이상 경기부양에만 초점이 맞춰져선 안된다”고 말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선 이미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초만 해도 배럴당 40달러선에 머물던 국제유가가 최근 경기회복 기대감 탓에 가파르게 치솟아 7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제이피모건은 올해 4분기 유가 전망을 기존의 배럴당 55달러에서 65달러로 상향조정했고,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내년말 9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비철금속, 곡물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금값은 지난해 11월 이후 34%, 최근 한달 반 사이에는 13%나 급등했다. 경기회복 기대감과 함께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정부가 경기침체 방어용으로 1조달러 이상을 시장에 대거 풀어 달러 가치가 서서히 하락한 것도 원자재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9일 “경기침체가 해소된 뒤의 인플레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인플레가 급격히 심화되면 빠른 금리인상으로 이어지고, 이 때문에 주택 가치가 떨어지면서 증시가 주저앉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다시 물가안정에 관심을 보이면서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26년 만에 최고치인 9.4%였고, 기업의 52%가 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물가도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금리인상을 언급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금리인상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3월 중순 2.5%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주말 3.9%까지 반등하는 등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각에선 인플레를 우려해 ‘선제적 금리인상론’을 꺼내들고 있다. 위르겐 슈타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8일 오스트리아 린츠의 회동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초저금리 정책을 마냥 지속할 수는 없다”며 “회복세가 가시화되는대로 금리를 다시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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