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사항 공개 않기로..1만명선 공개 관측
국제 은행산업에 상당한 파급 효과 예고
미국과 스위스 양국 정부가 1년 이상 끌어온 스위스 대형은행 UBS의 미국인 고객정보 공개에 관한 협상을 타결지었다고 AP,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양측 변호사들 간 전화회의 도중에 미국 측 변호사가 플로리다주 지방법원의 앨런 골드 판사에게 합의안이 마련돼 서명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미 국세청(IRS)이 UBS에 요구한 5만2천명의 비밀계좌 보유고객 명단 가운데 얼마나 많은 명단을 공개할 것인지 등을 포함해 세부 합의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1만명 안팎의 미국인 고객 명단과 자료가 UBS로부터 미 국세청으로 넘겨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명단 공개 규모에 따라 탈세자금의 안전한 도피처로 여겨져온 스위스 은행의 평판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또 이번 합의로 약 2조 달러의 외국인 자산을 운용하는 스위스 은행 뿐 아니라 국제 은행산업 전체에 상당한 파급 효과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법무부 조세담당 검사인 스튜어트 깁슨은 이날 전화회의에서 합의에 도달했느냐는 앨런 골드 판사의 질문에 "대답은 '예스'"라며 "양측은 합의문 초안을 만들었는데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UBS측 변호사인 유진 스턴스도 '성공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준 재판부에 감사를 표했다. 미 국세청은 올초 골드 판사를 통해 취리히에 본부를 둔 UBS로 하여금 약 15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비밀계좌에 숨겨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인 고객 5만2천명의 명단을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UBS와 스위스 정부는 고객정보 공개가 수세기 동안 유지돼온 스위스의 은행 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미국 측 요구를 거부했으며 스위스 정부는 한때 UBS가 고객정보를 넘기려 할 경우 관련 데이터를 압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다각도로 압력의 수위를 높였고, 마침내 미-스위스 양국 정부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미셸린 칼미-레이 스위스 외무장관이 UBS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회동을 갖던 지난달 31일 주요 쟁점에 관해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당초 최종 합의가 지난 7일께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세부사항 조정 문제로 인해 다소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UBS는 미 법무부로부터 기소를 면하는 대가로 올초 7억8천만 달러의 벌금과 300명의 미국인 고객 명단을 넘겨준다는 데 동의했다. 그럴 경우 UBS는 미국시민의 탈세행위를 도와준 것을 시인하면서도 스위스의 은행 비밀주의를 위반하지는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3명의 미국인 고객이 법원에 탈세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고, 자진신고시 실형을 면해준다는 미 국세청의 사면 프로그램에 따라 UBS 및 다른 스위스 은행에 비밀계좌를 소유한 수백명의 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탈세 사실을 밝히고 나섰다. 한편 스위스 정부는 지난 10일 임시 각의를 열어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UBS은행 고객정보 제공 문제를 논의, 미 국세청에 자료 제출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스위스는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은행 거래에 의존하는 실정이어서 은행 비밀주의가 크게 손상되지 않는 선에서 미국 측과 적절한 타협점을 모색해왔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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