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01 21:10
수정 : 2009.09.02 00:05
8월 22% 폭락 ‘금융긴축 시행’ 관측 압박
일부에선 “추가로 25% 떨어져” 진단도
전세계 증시 회복을 주도했던 중국 증시가 그 거품을 빼는 데도 앞서 나가고 있다.
8월 한달 동안 상하이 A증시 주가는 21.8% 폭락했다. 이 기간에 상하이와 선전 증시 시가총액에서 4조8500억위안이 증발했다. 전세계 증시를 끌어올리는 견인차 노릇을 해온 중국 증시가 8월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낙폭이 큰 시장이 됐다고 홍콩 <문회보>가 1일 보도했다. 8월 중국 증시는 월 기준으로 지난 15년래 하락폭이 두번째로 큰 ‘검은 8월’로 기록됐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31일 6.7%나 급락하며 2700선이 무너졌고, 1일엔 나흘 만에 겨우 반등했지만, 장중 2% 넘는 상승세를 지키지 못하고 0.6% 오른 2683.72에 장을 마쳤다. 2700선도 회복하지 못했다.
중국 증시를 끌어내리는 것은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자금을 쏟아부어 지탱해온 회복모델이 계속되기 힘들다는 두려움이다. 경기부양자금을 계속 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데다,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은행 대출을 제한하는 등 금융긴축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증시를 덮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영향권 아래에 있는 중국 은행들은 7월 이후 대출을 급격히 축소하고 있다. 경제전문잡지 <차이징>(재경)은 중국의 8월 신규 대출은 2000억위안으로, 올해 상반기 총 7조4000억위안은 물론 7월의 3559억위안에 비해서도 엄청난 속도로 위축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각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자금 투입을 통해 회복세를 보여온 세계경제가 ‘출구전략’을 쓸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앤디 셰는 1일 <블룸버그뉴스>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의 회복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중국 상하이 주가가 추가로 25% 떨어져 2000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책과 신규대출로 풀린 막대한 자금이 증시와 부동산에만 몰리면서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않고 있으며, 특히 사회안정의 관건인 고용의 7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을 매우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경사무소 수석대표는 “중국이 공언한 올해 8% 성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정부 투자에 의한 성장과 유동성 장세는 지속될 수 없고 출구전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 정부는 우선 10월1일 건국 60주년을 앞두고는 급격한 출구전략 없이 ‘미세조정’을 한 뒤, 하반기 경제공작회의에서 난상토론을 거쳐 어느 정도로 방향을 전환할지에 대한 분명한 정책을 내놓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일 발표한 중국 제조업구매관리지수(PMI)는 전달보다 0.7포인트 상승한 54로 1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고용지수도 3개월 연속 기준치 50을 웃돌아 제조업 노동력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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