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30 19:42
수정 : 2009.09.30 22:50
‘시한부 감세’ 주택 3개월째↑
소비자신뢰지수는 53.1로↓
지난 3월 이후 미국의 경기회복세를 이끈 증시가 주춤하는 가운데 엇갈리는 경기지표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주택시장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소비자 신뢰지수와 최고경영자의 경기예측은 하락세를 보였다.
29일(현지시각) 발표된 에스앤피(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7월 현재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은 1.6% 상승했다. 3개월 연속 상승세다. 계절별 수요를 반영한 실질 상승세는 1.2%로 최근 4년 사이 최고치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아직 2006년 최고치에 비해 32.6%나 낮은 가격이고, 지난해에 견줘서는 13.3% 빠진 상태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시장이 드디어 바닥을 치고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보도했다.
하지만 이 신문과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세가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미 정부의 세제 혜택에 힘입은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 정부는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8000달러의 감세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조처가 11월말이면 종료돼, 주택시장에 다시 역풍이 불 것이란 전망도 많다. 리처드 피셔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총재는 “주택시장이 여전히 생명구조장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분양 주택 재고가 최근 2년 사이 최저치를 보이며 앞으로 8개월이면 미분양 주택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있으나, 이는 약 700만채에 달하는 압류주택이나 모기지 체납 주택이라는 ‘가려진 재고’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무적인 주택가격 상승 지표는 같은날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의 하락에 빛이 가렸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의 54.5에서 53.1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경기회복 조짐에 대해 “지난 두 차례의 고용창출 없는 경기회복 패턴을 다시 따르는 것 같다”는 경기분석가들의 우려를 전했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3분기 최고경영자 경기전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향후 6개월 동안 판매가 늘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판매 증가세가 자본지출이나 고용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적었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의장이자 버라이즌의 최고경영자인 이반 세덴버그는 “현재 경기회복세로 진입한다고 할지라도 고용은 12~18개월 뒤에나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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