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0.26 21:02
수정 : 2009.10.2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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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대비 위안화 및 각국 통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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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에 1년여간 연동…가격 경쟁력 높아진 셈
“고용회복 때까지 지속”…중 진출 기업들엔 유리
수출을 유지하기 위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정책이 다시 세계 경제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최근 1년여 동안 위안화를 사실상 달러화에 연동시켰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위안화 가치도 한국의 원, 말레이시아 링깃 등 이웃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전세계 수출시장에서 중국 상품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6일 보도했다.
미국의 경제통계 분석기관인 하이프리퀀시는 중국이 2005년 7월 달러 페그제를 포기한 뒤 3년간 위안화 가치가 16% 상승했지만, 지난해 7월부터는 달러당 6.82위안으로 사실상 다시 페그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달러를 계속 사들여, 외환 보유고가 지난달 2조27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한국과 태국 등 세계 수출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아시아 국가의 중앙은행들도 최근 수개월간 대규모로 달러화를 매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렇게 전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8%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수출 확대를 위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자, 곳곳에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지난 22일 <뉴욕 타임스> 칼럼에서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와 빠른 경제 회복으로 위안화 가치가 상승해야 하는데도, 달러에 연동돼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중국의 위안화 약세 정책은 다른 나라들로부터 가뜩이나 불충분한 수요를 빼앗아 세계의 성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는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지금까지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소하며 ‘전세계의 시장’ 역할을 했던 ‘글로벌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3월 이후 달러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면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을 줄이고 더 많은 물건을 사도록 요구하고 있다. 달러는 지난 3월 최고점을 찍은 뒤 원화 대비 24.3%, 싱가포르 달러 대비 10.4% 하락했다. 결국은 미국과 중국 양대 강국이 수출 확대를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면서, 아시아 국가들이나 유럽연합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모양새다.
중국은 언제까지 위안화 약세 정책을 계속할까? 서방 전문가들은 고용 회복이라는 국내 정치적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국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위안화 약세 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본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박한진 코트라 베이징KBC 부장은 “중국 내부에서도 결국은 내수 확대만이 경제위기의 진정한 해법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위안화를 어느 정도 절상시켜 국내 구매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쓸 것”이라며 “현재 위안화 약세 정책이 한국의 수출에는 불리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는 유리한 요소도 있기 때문에 복합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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