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16 19:50
수정 : 2010.12.1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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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플의 아이폰 생산 글로벌 아웃소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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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B “주요 부품생산한 일본→독일→한국순 수익”
중국은 조립·출하만…미 대중 무역적자 부풀려져
올해 상반기 중국 선전의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 투신자살이 잇따르자 미국 업체 애플로 불똥이 튀었다. 이 공장이 아이폰을 생산한다고 알려지면서, 불매운동 위협에 직면한 애플은 진상조사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발간된 아시아개발은행 보고서를 보면, 폭스콘은 아이폰을 생산한다기보다 출하한다는 게 진실에 가깝다. 아이폰 납품가의 3.6%만 중국 쪽에서 만들어낸 부분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 아시아개발은행 보고서를 토대로 ‘글로벌 아웃소싱’이 어떻게 무역수지를 ‘왜곡’하는지를 분석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선적되는 아이폰의 대당 납품가는 178.96달러다. 중국 쪽의 납품량을 대입하면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서 아이폰을 수입해 19억달러(2조1926억원)의 무역수지 적자를 봤다. 미국이 자랑하는 첨단제품이 무역적자를 보태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외에서 부품이나 완제품을 조달하는 아웃소싱 경로를 추적한 아시아개발은행 보고서는 미국의 아이폰 무역적자가 현실을 반대로 해석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납품가 전부가 중국의 수출액으로 잡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덧붙여진 가치는 조립과 운송 비용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당 납품가 178.96달러의 3.6%인 6.50달러에 불과하다.
아이폰 부품들은 모두 비 중국 업체들이 만든다. 원가에서 각국 부품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이 34%로 가장 높고, 독일(17%)과 한국(13%)이 뒤를 잇는다. 기타 국가들에서 27%를 맡고, 칩을 공급하는 미국 업체는 6%를 차지한다. 부가가치를 분석하면 이 비율에 따라 실제로 돈이 흘러가는 게 보이는데, 일본 쪽이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보고서는 미국 업체의 폭스콘에 대한 칩 공급가를 감안하면 중국은 오히려 48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본 셈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연구로 ‘글로벌 아웃소싱’ 시대에 전통적 무역수지 산정방식이 현실을 왜곡한다는 게 실증적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과 경제 관료들은 이미 국민경제 지표들이 세계화 시대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지난 10월 “‘메이드 인 차이나’는 사실상 ‘어셈블드(조립된) 인 차이나’”라며 “공산품 원산지 개념은 갈수록 쓸모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삼으면 지난해 미국이 대 중국 무역에서 기록한 2268억달러의 무역적자는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아이폰에 부품을 대는 외국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몫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아시아은행 분석도 그리 적절한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 대해서도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중국 수출 신장세의) 주된 수혜자들”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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