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4.14 20:15
수정 : 2011.04.14 22:12
크루그먼·장하준 등 1천명
G20 재무장관에 공동서한
외환거래세 0.05%씩 부과
빈국 도울 재원 마련 주장
53개국 경제학자 1000여명이 ‘로빈후드세’로 불리는 금융거래세 도입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에게 촉구했다. 금융 투기 규제와 빈곤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이 계획은 금융위기 이후 더 공감을 얻어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
저서 <빈곤의 종말>로 유명한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소장 등 경제학자들은 13일 주요 20개국 재무장관들한테 보낸 서한에서 “금융거래세 부과를 위한 환경이 무르익었다”며 외환거래에 대해 각국 은행들에 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요 20개국 재무장관들이 14~15일 미국 워싱턴에서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대한 경제 지원 및 통화제도 개혁을 논의하는 것에 맞춰 서한을 발송했다.
경제학자들은 서한에서 “금융위기는 규제받지 않는 금융의 위험성과 함께 금융 영역이 얼마나 사회와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줬다”며 “이런 문제를 교정하고 금융 영역을 사회와 통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외환 거래액의 0.05% 이하만 세금을 거둬도 연간 수천억달러를 모으고 과도한 투기도 잠재울 수 있다”며 “이 돈은 의료, 교육, 식수 등 세계 또는 국가 차원의 공공재 또는 기후변화 대처에 쓸 수 있다”고 제안했다.
로빈후드세는 악독한 부자들한테서 재물을 빼앗아 빈자들한테 준 영국 민담의 주인공 이름을 딴 것이다. 이 개념은 2001년 영국의 한 시민단체가 처음으로 주창했고 2007~2008년 금융위기 뒤로 지지자가 많아졌다.
이번 서한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 교수,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영향력이 큰 학자들이 두루 서명했다. 학자들은 주요 8개국(G8)이 2005년 영국 글렌이글스 정상회의에서 빈국들에 2010년까지 500억달러(약 54조원)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300억달러가량만 집행됐다며, 로빈후드세는 빈국 원조에 획기적 돌파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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