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06 20:04
수정 : 2011.05.06 21:30
서부 텍사스유 100달러 붕괴…구리·금·은 등도 하락세
미 더블딥 우려·유럽중앙은행 금리동결 발언 등 영향
고공행진하던 주요 국제 원자재값이 폭락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면서, 최근 2년 동안의 원자재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유의 기준상품인 북해 브렌트유는 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시장에서 장중 10%인 배럴당 12.17달러가 내린 109.72달러까지 급락했다. 하루 동안의 내림세로는 사상 최고였다. 미국의 서부 텍사스유는 8.6%나 떨어져, 99.80달러로 100달러라는 심리적 저지선이 붕괴됐다.
이날 폭락세는 코코아와 구리부터 금과 은까지, 모든 원자재 상품을 휩쓸었다. 산업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 구리는 3% 추락해, 이틀 연속 3%의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1년 동안 175%나 올라 최고 급등세를 보인 은은 무려 12.9%나 떨어져, 온스당 35달러를 하회했다. 은은 최근 1주일 동안 31%나 급락하며, 원자재값 폭락세를 선도했다. 금 역시 이날 3.6%가 떨어졌다.
원자재지수인 로이터-제프리스 CRB지수는 5%가 떨어져, 금융위기 발발 이후 최대 폭락세를 보였다. 이는 사상 5번째 하락세이기도 하다. 이날 예상을 훨씬 밑돈 미국의 신규 일자리 창출 통계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춘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발언 등이 원자재값 폭락세에 방아쇠를 당겼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47만4천명이란 수치는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8개월 만의 최대치로, 다시 더블딥 우려를 키웠다. 트리셰 총재는 이날 금리를 동결한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예상됐던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한 경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트리셰 총재가 이 표현을 사용하면 오는 6월 추가 금리인상을 할 신호로 기대했다. 트리셰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상황을 매우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라고만 말해 다음달까지는 현 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유럽연합의 금리동결에 따라 유로는 이날 미국 뉴욕시장에서 달러 대비 2.1%나 추락하며, 1.4510달러를 기록했다. 원자재 시장에서 빠져나온 투자자들은 달러를 매수해, 달러가 갑자기 강세를 연출했다.
원자재값 거품 빠지기의 시작일지, 아니면 다시 반등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은 천연자원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여전히 강고해 장기간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원자재값의 폭락세가 계속되지는 않더라도,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향후 원자재값의 향방은 통화정책에 달렸다며, 오는 6월로 종료되는 미 연준의 2차 양적완화 정책이 그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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