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07 08:18
수정 : 2012.09.07 08:18
스페인 등 재정위기국
국채매입 프로그램 가동
금융시장 일제히 환영
‘유로존 위기의 소방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전세계 시장이 기다려오던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 프로그램 카드를 드디어 빼들었다. 유럽중앙은행은 6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로존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무제한으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발표 직후 미국 증시가 개장 초기 크게 오르고 스페인·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등 시장은 환영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 뒤 한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이 유로존 모든 국가에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 이 방안에 합의했다며 “국채 매입이 채권시장의 왜곡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면적 재정거래’(OMT)라고 이름 붙인 새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 따르면, 스페인 같은 재정위기국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로안정화기구(ESM)에 지원을 공식 요청할 경우 유럽중앙은행은 이들 국가의 1~3년 만기의 단기 국채를 ‘제한 없이’ 사들일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다른 일반 국채 매입자와 똑같은 지위를 갖기 때문에 대상 국가가 파산할 경우 유럽중앙은행이 그 손실을 국채 구입분만큼 떠안게 된다. 사실상 유로존이 이들 나라의 국채를 보증하는 셈이다.
다만 대상 국가들은 “엄격하고 효율적인 예산정책 조건”을 따라야 하며 조건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받는다. 이 프로그램의 시행시기에 대해 외신들은 유로안정화기구 출범안에 대한 독일의 헌법소원 결과가 나오는 오는 12일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국채 매입에 따른 시중의 유동성 팽창과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은 불태화(sterilization)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실시한 양적완화가 유동성을 공급하기만 하는 데 비해 불태화 정책은 매입한 규모만큼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으로, 물가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던 독일의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을 -0.1%에서 -0.4%로 하향조정했다. 기준금리는 역대 저점인 0.75%로 동결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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