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20 18:57
수정 : 2005.11.20 18:57
줌인세계경제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19일 오토바이 헬멧을 수출해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인 홍진에이치제이시(HJC)의 홍완기 회장과 이 헬멧을 수입해 역시 백만장자가 된 미국 헬멧하우스의 봅 밀러 사장을 대비시켜, 저축하지 않는 미국 경제의 위험을 경고했다. 두 사람은 ‘수입하고 소비하고 빌려쓰는’ 미국과 ‘수출하고 저축하고 빌려주는’ 아시아 사이에 놓인 ‘거대한 불균형’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밀러 사장의 캘리포니아 저택에는 수영장과 거품욕조, 테니스장이 딸려 있고, 침실에는 홈시어터가 차려져 있다. 그는 주말용 차로 베엠베X5를 갖고 있고, 페라리 같은 명품차를 취미로 수집한다. 오후 5시에 퇴근한 뒤에는 완전히 일에서 손을 떼고, 수시로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떠난다.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상가나 부동산에 묻어둔다.
반면, 홍 회장은 장기휴가는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일에 푹 파묻혀 산다. 개인여행이라곤 업무차 캘리포니아에 들렀을 때 딸을 찾아보는 게 고작이다. 지난해 그의 집을 방문했던 밀러 사장은 “내가 자란 뉴욕 브루클린의 아파트보다 못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에는 수백만명의 밀러 사장이 있고, 아시아에는 수백만명의 홍 회장이 있다”며, 미국은 지난해 617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지만, 한국은 290억달러의 흑자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런데도 미국은 정부건 개인이건 ‘미국적 생활’을 누리기 위해 밖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며, 연봉으로 10만달러를 받아도 빚을 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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