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언급 삭제, 그린스펀 퇴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31일(현지시간)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4.5%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FRB의 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퇴임전 마지막으로 주재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를 올리기로 결정, 미국의 금리가 2001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됐다. 1년 6개월에 걸쳐 금리인상을 주도해온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14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퇴임전 마지막 업무를 마쳤다. 그는 이날짜로 정식 퇴임한다. FOMC는 회의 후 성명에서 2004년 5월 이후 줄곧 사용해온 `점진적(measured)'이란 단어를 삭제, 앞으로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낮췄다. 성명은 "최근 몇 달 간 핵심물가 상승률은 비교적 낮으며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으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이룩에 위험요소들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 추가 정책도입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최근 경제통계가 고르지 못한 점이 있긴 하지만 "경제활동의 확장세는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으나 "높은 에너지가격 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잠재력이 있다"고 경고했다. 18년 반 동안 FRB를 이끌어온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149번째로 주재한 FOMC회의에서 금리인상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직무의 대미를 장식했다. 1987년 8월 11일 취임한 그린스펀 의장은 재임기간 주가폭락과 오일쇼크, 아시아 금융위기, 9.11 충격 등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 경제호황을 창출하는 등 뛰어난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그린스펀 의장은 그러나 무역 및 재정적자와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많은 문제점도 남기고 떠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상원 인준을 받은 벤 버냉키 신임 의장에게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FRB 의장 자리를 넘기고 물러나며, 퇴임 후 워싱턴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며 강연과 저술활동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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