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퇴임, 버냉키 인준 "완벽한 승계"
18년 반 동안 미국 경제를 이끌어온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31일 퇴임하고, 벤 버냉키 새 의장이 상원 인준을 통과함으로써 미국의 `경제대통령'이 교체됐다. 그린스펀 의장(79)은 `사상 최고의 중앙은행장'이란 평가 속에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 연방기금 금리를 4.5%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것을 끝으로 FRB의장 직무를 마쳤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로써 14차례 금리를 연쇄 인상했으나 FOMC성명에서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완화, 후임 버냉키 의장의 정책결정 입지를 넓혀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린스펀 의장은 또 신임 버냉키 의장을 배려, 고별 기자회견은 하지 않았으며 특별히 언론에 공개된 이날 FOMC회의에서도 신중한 자세를 잃지 않는 등 `조용하게 직무를 마무리했다'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지명에 의해 1987년 8월 11일 FRB의장에 취임한 그 린스펀 의장은 20년 가까이 미국 경제를 이끌면서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사상 최장 기간의 미국 경제 호황을 창출하는 등 뛰어난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취임 두 달여만에 닥친 1987년 10월의 증시 폭락사태와 아시아 금융위기, 미 증시 거품 붕괴, 9.11 충격 등의 각종 어려움들을 정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슬기 롭게 해결하는 성과를 남겼다. 중앙은행의 확고한 중립성을 확보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으로 꼽힌다. 반면 사상 최대규모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가계부채, 부동산 폭등 등 그린스 펀 경제가 남긴 문제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렸을 때 야구와 음악에 심취했다 경제전문가로 대성한 그린스펀은 퇴임 후에 도 워싱턴에 컨설팅회사를 내고, 강연과 저술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린스펀 의장이 물러난뒤에도 경제에 대한 자문을 계 속 구할 예정이라고 백악관 관리들은 전했다. 이날 상원 인준을 통과해 1일 취임하는 버냉키 새 의장(52)은 50여년만에 처음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 FRB의장에 오르지만, 막대한 무역.재정적자와 부동산 시장 냉각, 높은 에너지가격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당장 그린스펀 의장이 주도해온 금리인상 행진을 중단할지 여부가 그에게 맡겨 진 최우선 과제로, 그가 주재하는 3월28일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그의 첫 주요 의사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그는 이에 앞서 2월15일로 예정된 FRB의장의 반기 의회 보고를 통해 금리 인상 등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 버냉키 의장은 물가관리에 대해 그린스펀 의장보다 엄격한 입장이지만 취임 후 그린스펀의 기존 정책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학교수 출신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의장에서 FRB로 자리를 옮기는 버냉키 의장은 시장으로부터 빨리 신뢰를 확보하고, 금리와 경제전망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를 투자자와 국민, 정치인, 경제전문가들에게 주는게 선결과제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미국의 경제성장과 물가, 금리 등이 모두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린스펀과 버냉키의 의장직 인수인계를 "완벽한 승계"라고 표현했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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