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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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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슬람에서는 예언자들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예언자들을 모독하는 행위로 보고 있어, 그림 인용은 종교의 자유와 신성함을 침해하는 행위다.”“무슬림들이 그 그림을 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이고, 크나큰 고통이자 시련이다.”
지난 3일치 <한겨레> 지면에 ‘마호메트 풍자화 유럽 강타’라는 제목으로 기사와 함께 현재 유럽과 이슬람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만화 중 한 편이 실리고 난 뒤, 한국이슬람교 중앙회와 이슬람 신자들에게서 받은 전자우편 내용 가운데 일부다. 이들은 이 그림을 본 자신들의 심정을 밝히면서 ‘인터넷 한겨레’에 올라 있는 그림을 삭제해줄 것을 ‘정중하게’ 요구했다. 그들의 반응은 상호 소통과 이해가 없을 경우, 서유럽과 이슬람권 사이의 문화적 갈등 문제가 남의 일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해줬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사에서 특정 종교를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한국의 이슬람교는 역사도 짧고, 신자 수도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국내 독자들의 이슬람 지식과 정보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들이 갈등의 원인과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문제의 그림을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사도 이번 갈등이 갖는 의미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한겨레는 해당 그림을 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는 무슬림들의 심정을 존중하고 이해한다. 이에 따라 논의 과정을 거쳐 ‘인터넷 한겨레’에서 그림을 삭제했다. 이번 일이 우리 사회가 이슬람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갖추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아가 종교적 신념과 독자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언론보도의 균형점은 어디인지에 대한 건강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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