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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1 23:45 수정 : 2005.02.11 23:45

30년 간의 `밀애' 끝에 결혼하는 영국의 찰스왕세자와 커밀라 파커 볼스 커플은 화려하고 종교적 색채가 넘쳐나는 왕실 전통 혼례식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간소한 `세속 혼례식'(civil ceremony)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세간의 지탄과 `혼외정사'를 벌인 뒤 재혼하는 인물들에게 전통 결혼식을 베풀 수 없다는 영국 성공회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는 런던 교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여름 거처인 윈저궁내부에 위치한 성(聖) 조지 예배당. 런던의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달하는 4월 초 두 사람은 들러리 없이 함께 성 조지 예배당 복도로 입장하는 것으로 결혼식을 시작한다. 전통 결혼식과는 달리 찬송가도 연주되지 않으며 기도나 신에 대한 언급은 철저히 배제될 것으로 전해졌다.

세속 결혼식은 교회에서 열리지만 `참회의 기도'를 제외하고는 전혀 종교적인 색채를 띠지 않는다는 특징이다. 통상 영국 결혼식에서는 성혼 선언에 앞서 하객들에게 "이 커플이 합법적으로 결혼하지 못할 이유가 있으면 지금 선언하라"고 요구하지만 이런 절차도 생략될 것으로 알려졌다. 세속 결혼식은 `결혼 예배'가 아니기 때문에 `반지의 교환'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왕실 의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는 최근 이혼에 관한 규정을 완화해 이혼 경력이 있는 커플에 대해서도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성직자로부터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하느님 앞에서 신성한 결혼의 의무를 서약하고 `교회의 축복'을 받는 `결혼 예배'는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다.

도덕성을 이유로 찰스 왕세자와 파커 볼스의 재혼에 반대해 왔던 로완 윌리엄스대주교는 재혼 방침이 발표된 뒤 "두 사람이 인생에 있어 중요한 행사를 치르기로 결정해 매우 기쁘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성공회는 그러나 전통 결혼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공회의 또 다른 지도자인 마이클 스콧조인트 주교는 "두 사람이 세속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점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들이 참회의 기도에 이어 간소한 예식이 이어지는 세속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이 전세계 매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가운데 런던 시내 성 바오로 성당에서 화려하게 열린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찰스 왕세자와 파커 볼스 커플은 약혼을 발표한 뒤에도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감정표현을 최대한 억제하는 `낮은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파커 볼스는 10일 밤 런던 교외에서 열린 한 자선 만찬에 찰스 왕세자와 함께 참석해 기자들에게 백금 세팅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수백년 전통의 왕실 `약혼 반지'를 공개했지만 말을 최대한 아꼈다. "행복하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파커 볼스는 "그렇다(Sure)"라는 대답만을 남긴 채 행사장을 서둘러 빠져 나갔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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