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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세에 맞서 팔레스타인 최대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지난해 12월12일 이집트와 가자지구 접경지역의 이스라엘 검문소를 공격한 뒤, 얼굴을 가린 무장대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범한 대중적 지지 속에 하마스가 유력한 대안 정치세력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이 복면을 벗고 현실정치의 전면에 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슬람 자선조직 운영…풀뿌리 민심 끌어안아
요즘 팔레스타인에선 1976년 이후 처음으로 시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한창이다. 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 이전에는 이스라엘이, 이후에는 자치정부가 지자체 운영자를 임명해왔다. 이를 통해 반대세력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자신들에게 협력하는 이들로 자치정부를 채워왔다. 이스라엘의 봉쇄 등으로 선거는 3단계로 나눠 치르고 있지만, 투표율이 80%를 웃돌 정도로 높다. 지난해 12월23일 요르단강 서안의 소도시들과 동예루살렘에서 실시된 1단계에서는 여당인 파타당이 60%, 하마스가 23%를 득표했다. 그런데 올해 1월27일 가자 10개 지역의 선거에서는 전체 지방의원 118석 중 26석을 차지한 파타당을 제치고 77석을 차지한 하마스가 압승을 거뒀다. 나머지 서안 대도시들의 선거는 3~5월에 실시될 예정이다. 96년 팔레스타인 첫 총선과 지난 1월9일 자치정부 수반선거를 거부했던 하마스는 이번 지방선거에는 참가하고 있고, 7월로 예정된 자치의회 선거에도 적극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결과가 보여주듯 하마스는 앞으로 중요한 정치세력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스의 약진에는 자치정부의 무능과 부패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서안에 비해 가자에서 하마스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자 주민의 가난이다. 하마스는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아픈 이들을 돌봐주는 잘 발달된 이슬람 자선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가난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하마스는 청렴한 ‘구원자’이지만, 자치정부 인사들은 세금을 거둬가며 각종 원조물자를 가로채는 ‘도둑’으로 비친다. 2003년 이른바 ‘중동평화 로드맵’에서 이스라엘의 주요한 정책목표는 하마스로 대표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해체였다. 이제 하마스가 선거를 통해 합법적인 야당이 된 이상 하마스 지도자들을 표적 살해하며 무력으로 제압하려는 이스라엘의 전략은 더욱 큰 국제적 비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마무드 아바스 수반에게 무장단체 해체를 실행하도록 더욱 강력하게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비타협적인 무장투쟁 때문에 잔혹한 점령정책 아래서 신음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약화시키려 한다면,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옥죄고 경제를 피폐화시키는 무자비한 점령정책을 끝내야할 것이다. 하마스의 무장투쟁은 점령정책의 원인이 아니라 가혹한 점령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홍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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