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2.27 19:00 수정 : 2006.03.02 20:10

베이비붐 세대가 스스로 대답한 정치성향

베이비붐 세대 또다른 혁명 ②

“보수화”-“여전히 진보성향” 정치색 논란

“올해 780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 중 첫 주자가 60살이 된다. 그중엔 내 아버지가 좋아하는 두 사람, 나와 빌 클린턴도 들어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월31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런 말을 하자 의사당엔 웃음과 박수가 일었다. 전·현직 대통령이 1946년생 동갑내기로, 함께 은퇴의 상징적 나이인 60살에 들어선다는 건 공교롭다. 클린턴은 베이비붐 세대 출신의 첫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 뒤를 부시가 이었다. 클린턴이 그 세대의 진보성을 대변했다면, 부시는 보수의 상징이다.

민권·반전운동 ‘진보 그 자체’

1969년 열린 ‘우드스톡’
1960년대 민권운동과 반전시위를 거치면서 베이비붐 세대는 미국사회의 기존 권위와 질서를 무너뜨렸다. 그들은 진보 그 자체였다. 군대를 기피했고 불륜사실이 드러난 빌 클린턴이 1992년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미국사회의 가치가 바뀌었음을 뜻했다. 그때 클린턴 진영의 로고송은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적 록그룹 중 하나인 플릿우드맥의 ‘멈추지 말고 미래를 생각해요’(Don’t stop thinking about tomorrow)였다. <뉴스위크>는 “클린턴은 그 세대의 정치적 총화였다. 그것은 이상주의와 자기 중심주의의 감정적 혼합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불과 8년 뒤, 2000년 대선에선 강한 보수 성향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승리했다. 그에게 패한 앨 고어 민주당 후보(1948년생)는 마리화나 흡연 경험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 전형적 베이비붐 세대였다. 그들은 여전히 진보적인가, 의문이 제기됐다.

부시 집권 “과연 진보적인가”


1950년대 시작한 ‘피너츠’
스티브 길론 오클라호마대 교수는 “그들은 젊었을 적 미국을 진보쪽으로 밀어놓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시 제자리로 갖다 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종파(복음주의)의 폭발적 확산을 받아들였고 일요일마다 교회를 가는 비율이 계속 높아졌다”고 말했다.

‘돈’이 그들의 정치성향을 좀더 보수쪽으로 바꿨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들은 30조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풍족한 세대다. 이들의 재산은 1990년대 증시 활황에 힘입어 크게 불어났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빌 클린턴 민주당 정권이 집권했을 때였다. 지금 미국사회가 보수쪽으로 기울었다는 데엔 별 이견이 없다. 백악관과 상·하원을 공화당이 동시에 장악한 건 90여년만이다. 이 정치구도가 앞으로 20~30년은 더 갈 것이란 전망은 여기에 맞닿아 있다. 그들은 은퇴한 뒤에도 여전히 부유할 것이기에 앞으로 20~30년간은 보수 기조에 변화가 없으리란 것이다.

레너드 스타인혼 아메리칸대 교수는 “베이붐 세대가 보수화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2004년 미국 대선이 끝난 직후 수많은 친구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제 우리들(진보적인 베이비붐 세대)은 미국사회 주류에서 밀려난 것이냐’고 물었다.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그들이 쟁취한) 개인 권리와 자유, 평등의 가치를 지금 누구도 부인하긴 어렵다. 선거결과가 사회·문화 가치를 곧바로 대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청년문화의 상징 ‘청바지’
‘베이비부머 1호’인 캐슬린 케이시(60)는 “우리 세대는 매우 진보적 시기를 지나왔기에 전체적으로 진보적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극단적 진보나 극단적 보수는 많지 않다. 내 친구들을 보면 중도가 다수다”라고 말했다. 케이시 자신은 “낙태에 반대하는 온건한 민주당원”이라고 소개했다.

<뉴스위크>는 지난달 인터넷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의 정치성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민주당 46%, 공화당 24%, 무당파 26%였다. 그러나 ‘당신의 정치이념이 어떻게 변했느냐’는 질문엔 “더 진보적이 됐다”(35%)와 “더 보수적이 됐다”(33%), “바뀌지 않았다”(32%)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세월이 그들의 진보 성향을 누그러뜨린 건 맞지만, 이들은 여전히 지나온 길을 후회하지 않고 있는 듯했다.

부시도 ‘베이비 붐’ 문화의 산물

클린턴과 부시는 동시대를 살았으면서 정반대의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 클린턴은 어렸을 적 흑인 민권운동가 로자 팍스의 전기를 읽고, 버스를 타면 일부러 흑인들 자리인 뒷좌석에 가서 앉았다. 부시의 1998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광고엔 “우리의 문화를 ‘책임지는 문화’로 바꿔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개인주의와 낙태, 이혼 등 ‘무책임한’ 베이비붐 세대 문화를 겨냥한 것이었다. 그는 나중에 자신의 젊은 시절 마약복용이 논란이 되자 이렇게 대답했다. “베이비부머들이 자녀들로부터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것이다. ‘우리가 (부모 세대의 마약 등) 과거 실수를 반복해야 하느냐.’ 우리는 모든 어린이에게 마약을 하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 이것이 리더십이다.” 부시 역시 베이비붐 세대 문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었던 것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부시 집권이 우리세대 가치의 패배는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 옹호론 펴낸 레너드 스타인혼 교수
베이비붐 세대 옹호론 펴낸
레너드 스타인혼 교수

그 자신 베이비부머 세대인 워싱턴의 아메리칸대학 레너드 스타인혼 교수(49·커뮤니케이션)는 올해 초 <더 위대한 세대>(The Greater Generation)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엔 ‘베이비부머 유산의 옹호를 위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집권 이후, 보수 진영에서 ‘부머 배싱’(베이비부머 비판)이 유행하는 데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는 “부머들의 부모 세대가 기존질서를 위해 1930년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에서 싸웠다면, 부머 세대는 그 질서를 깨기 위해, 평등과 포용을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비부머들에겐 ‘나만 아는 세대’라는 뜻의 ‘미 제너레이션’(Me Generation)이란 호칭이 붙어 있다. 너무 개인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이란 비판이다.

=동의하지 않는다. 베이비부머의 부모 세대 역시 그 부모들로부터는 ‘너무 실용주의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본질적으로 미국 가치가 실용주의적이다. 그런 면에서 베이비부머는 아주 미국적인 세대다. 그들이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긴 하지만, 이기적인 것과는 다르다. 그런 비난엔 보수주의자들의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고 본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서 보듯이, 지금 미국사회는 보수화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정치성향이 바뀌었기 때문 아닌가.

=미국민 중 어느 누구도 1950년대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보수 진영 역시 베이비부머들의 성과를 부정하진 못한다. 남녀평등, 인종차별 철폐, 이런 가치들은 이제 보수주의자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이미 바뀌었다. 부시 재집권이 베이비부머 가치의 패배를 뜻하진 않는다.

­올해부터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한다. 이들의 은퇴는 미국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하더라도 일을 그만두진 않을 것이다. 제조업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포스트 산업화시대인 지금은 육체노동 강도는 약해진다. 60살이 넘어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 또 직장이 아니더라도 봉사활동을 많이 할 것이다.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후에도 직업현장 또는 봉사현장에서 일을 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다.

­부머들의 대거 은퇴로 사회보장 제도의 파산 우려가 제기된다.

=부머 은퇴시기와 맞물려 미국의 재정적자가 심각해진 게 그런 우려를 낳는다. 부시 행정부의 책임이 크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 때처럼 재정이 흑자라면 사회보장 파산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한결 줄어들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사회보장 제도가 곧 파산할 것처럼 얘기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후에도 계속 일을 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보장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베이비부머는 문화적으로도 새로운 세대였다.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영화와 음악으로 뭘 꼽겠는가.

=음…, 영화에선 <졸업>과 <초대받지 않은 손님> 그리고 <매시(MASH)>를 꼽겠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흑백차별을, <졸업>은 기성권위에 대한 도전을, <매시>는 전쟁의 허구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리 세대에 중요하다. 가수 중에선 밥 딜런과 존 레넌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베비비붐 세대 또다른 혁명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