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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1 20:12 수정 : 2006.03.02 20:09

수잔 서랜던


베이비붐 세대 또다른 혁명 ③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에 어떤 집을 원할까? 바닷가의 조용한 집을 찾을까, 아니면 대도시 아파트를 더 좋아할까?”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전미주택업자협회 연례총회의 주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주택계획’이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선 골프장을 낀 주택단지 개발이 붐을 이뤘다. 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초원을 바라보며 조용한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바닷가를 바라보는 단독주택도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에겐 이런 식의 접근이 더이상 통하지 않을지 모른다. 여론조사를 보면 그들은 골프장 주택단지나 바닷가 집보다는, 헬스클럽과 좋은 레스토랑이 가까이 있으면서 외부와 차단되는 ‘실버 주택단지’를 훨씬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생활을 중요시하되, 과거 세대보다 훨씬 활동적으로 주변과 교류하길 원한다는 뜻이다.

은퇴 베이비붐 세대 쟁탈전 후끈

7800여만명, 미국 인구의 30%에 가까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미국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그들은 과거의 은퇴 세대와 다르다. 이들은 1년에 2조달러를 소비한다. 그들의 선두그룹이 67살이 될 때 평균재산은 85만9천달러(약 8억6천만원)로, 지금 67살 노인들의 재산 56만달러에 비해 훨씬 많다. 업계마다 그들을 잡으려는 노력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퍼스트스테이트커뮤니티 은행’은 50살 이상 고객 중 5천달러 이상 예금을 한 사람에겐 단체여행을 보내준다. 이렇게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해 ‘실버 클럽’을 설치한 은행이 미 전역에 550여개에 이른다. 5년 전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고객으로서의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은 역동성이다. 누구도 그들의 취향을 섣불리 점치지 못한다. 미국에서 젊은층에 인기 있는 의류업체 갭은 몇년 전 50살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를 잡기 위해 새로운 홍보 구호를 내걸었다. “모든 세대를 위하여!” 그러나 실패했다. 그들은 자신들만을 위한 새 브랜드를 원했다. 갭은 올해 중년층 여성을 위해 ‘포스 앤 타운’이란 새 고급 브랜드를 내놓았다.

이전 노년 세대와 취향 달라

화장품회사 레블론은 지난해 광고모델을 주름 한점 없는 매끈한 20대에서 영화배우 수잔 서랜던(60)과 슈퍼모델 크리스티 블링클리(52)로 바꿨다. 베이붐 세대가 광고에서 자기보다 20~30년이나 젊은 여성의 완벽한 피부보다는 동년배의 매력적인 피부를 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광고회사 ‘오길비 앤 매더’의 인구통계학 전문가 피터 프랜시즈는 “노년층에 대한 일반적 관념은 베이비붐 세대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1960년대 진취적 문화의) 다양한 경험 때문에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유연하다”고 말했다.


과거에 기업들은 중·노년층을 겨냥해선 광고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익숙한 상표만 쓸 뿐 새로운 상표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지난해의 한 마케팅 여론조사에선 다른 결과가 나왔다. 50살 이상 베이비붐 세대의 33%만이 “새로운 브랜드를 선택하는 건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16~39살 젊은층의 응답비율은 36%였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마케팅 컨설팅회사 ‘부머 프로젝트’의 대표 맷 손힐은 “앞으로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려면 나이든 베이비붐 세대의 마음을 잡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주택 건설회사인 델웹은 노인 거주단지에서 뜨개질실이나 컴퓨터실을 없애고 있다. 그 대신 운동도 하고 목공예도 할 수 있는 다용도실을 늘린다. 많은 스키 리조트들이 슬로프 경사를 좀 더 완만하게 고치고 있다. 부머 스키어들이 계속 늘기 때문이다. 기업 뿐 아니다. 지방도시들도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을 유치하려 애쓴다. 텍사스 타일러 시는 최근 웹사이트에 ‘타일러에서 노년을 보내야 하는 10가지 이유’라는 글을 띄웠다. 그들의 소비능력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주리라는 기대감에서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그들은 ‘나이차별’ 도 없애버릴 것”

‘부머 프로젝트’ 맷 손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미국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느냐구? 글쎄, 모든 게 불확실하다. 단지 우리가 아는 건 그들이 이전 세대와 같은 방식으로 늙어가진 않으리란 점이다.”

버지니아 리치먼드에 본사를 둔 마케팅 컨설팅회사 ‘부머 프로젝트’의 맷 손힐(46) 대표는 “가장 숫자가 많고 가장 부유한 베이비붐 세대는 인생의 모든 순간순간마다 미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손힐은 ‘기업들이 알아야 할 베이비붐세대에 관한 50가지 사실’이란 보고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부터 부머들이 은퇴를 시작한다. 기업들은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기업들은 어떻게 베이비붐 세대와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더이상 이들을 ‘젊은 어른’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또 전통적인 ‘노인 세대’로 생각해서도 안된다. 그들이 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이 그들을 동세대로 묶어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런 점을 찾아내는 게 그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지름길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와 어떻게 다른가?

=그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가처분소득을 가지고 있고, 저축을 덜 한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훨씬 많이 쓴다. 그러나 그들의 진정한 특징은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생각이 아주 강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전 세대의 삶에서 교훈을 배우려는 생각은 별로 없다. 자신만의 길을 가려고 한다.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성공한 마케팅과 실패한 마케팅 사례를 들다면?

=일반적으로 금융 부문이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고 잘 하고 있다. 가령 링컨파이낸셜은 그들의 은퇴 이후를 떠올리게 하는 ‘안녕, 미래야’라는 표어를 내걸고 미래가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메리프라이스파이낸셜은 1960년대부터의 궤적을 보여주는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그들에게 다가선다. 향수를 활용해 메시지를 전한다.

그에 비하면 자동차회사들의 마케팅은 대부분 실패했다. 통계를 보면 미국인들은 평생 13대의 차를 구입한다. 그중 7대를 50대 이후에 산다. 그러나 이들을 겨냥한 자동차 광고가 하나도 없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베이비붐 세대는 가장 역동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세대라고 말한다. 왜 그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역동적인가?

=그들은 나이가 든다는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 대다수는 75살쯤 되어야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자신을 ‘중년’이라고 여긴다. (웃음) 이건 마치 그들이 (젊었을 적에) 인종차별주의나 남녀차별주의를 없앴던 것처럼, ‘나이차별주의’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젊은층이 자신들을 주변부로 밀어내는 걸 참지 못한다. 오히려 열정과 돈으로 반격하려 한다. 이 싸움은 그들이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추억’ 을 팔아라

배리 매닐로우 앨범 정상
복고풍 스쿠터 매출 급증

얼마 전 미국 음반업계는 깜짝 놀랐다. 한물 간 가수로 알려진 배리 매닐로우(60)의 음반이 2월 셋째주 빌보드 앨범순위 1위에 오른 것이다. 앨범 제목은 ‘50대의 애창곡들’. 새로운 히트곡은 없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에게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들, ‘언체인드 맬로디’(Unchained Melody) ‘아 유 론섬 투나잇’(Are You Lonesome Tonight?) 등이 들어있었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스쿠터 제조업체 베스파는 지난 2000년, 15년만에 미국시장에 재상륙했다. 오토바이보다 값싼 스쿠터의 주고객층으로 20대 젊은층을 겨냥했다. 그러나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이는 50대 베이비붐 세대였다. 젊었을 적 유행했던 스쿠터에 대한 향수가 이들을 다시 매장으로 불러온 것이다. 지금 이 회사는 전체 스쿠터 판매량의 25% 이상을 50대 연령층에게 팔고 있다.

가수 닐 다이아몬드와 록그룹 롤링스톤즈, 프린스가 지난해 순회공연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도 부머들의 향수와 관련이 깊다고 <워싱턴타임스>는 분석했다. 음악잡지 <롤링스톤스>의 수석편집장 나산 브래킷은 배리 매닐로우의 깜짝 1위 등극을 두고 “(음반시장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여전히 충성심 강한 고객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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