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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2 19:54 수정 : 2006.03.03 01:27

인도를 방문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왼쪽)이 1일 뉴델리 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뉴델리/AP 연합

두 나라 ‘전략적 동맹관계’ 공식선언
핵기술 제공 - 원자로 14곳 사찰 개방

미국과 인도가 ‘핵’을 매개로 새 국제질서의 ‘전략적 동맹’임을 공식 선언했다.

인도를 방문 중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핵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이날 정상회담 뒤 <시엔엔> 등으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오늘 원자력 분야에서 역사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싱 총리도 “민간 핵협력에 관한 양국의 합의를 이행하기로 했다”며 “부시 대통령에게 인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을 민간 핵시설 목록 작성을 마쳤다는 사실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정에 따라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에 이례적으로 핵기술과 핵물질을 제공하고, 인도는 민간 핵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게 된다. 인도는 22개 원자로 가운데 14개를 사찰 대상 민간 핵시설로 분류했다고 미국 행정부 관리들이 밝혔다. 우선은 4개를 분류하고 점차 14개까지 개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한 고속증식로가 대상으로 분류됐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핵협정을 통해 미국은 ‘경쟁자’로 떠오르는 중국을 겨냥해 인도를 ‘대항마’로 끌어들이는 전략적 재편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 그렇지만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해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던 인도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핵기술 지원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부터 시작된 ‘핵 이중잣대’ 논란은 이번 협정을 계기로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인들조차 인도와의 핵 거래가 핵확산금지조약에 치명타가 될 수 있으며, 미국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해온 북한과 이란 등에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비난해 왔다. 6일에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회부하는 문제를 논의할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협정이 체결되긴 했지만 고비도 남아 있다. 미국 의회의 비준 동의 절차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미국 정부는 핵공급그룹의 나머지 44개국도 설득해야 한다. 핵공급그룹은 핵확산금지조약 미가입국에는 핵물질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이 점을 의식해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협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국내외의 반발을 뿌리치고 인도를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거대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중국과 경쟁할 능력도 있는 인도를 미국이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도 역시 에너지 문제 해결이 절박한데다 긴 국경선을 접한 강대국인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핵 협력’은 이런 두 나라를 묶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적 고리다. 인도는 지난해 9월, 오랜 우방국인 이란의 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국제원자력기구 결의안에 찬성하고, 거액의 미국산 무기 구입을 추진하는 등 미국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일 즉각 미국과 인도의 핵에너지 협력은 핵확산금지조약을 준수해야 한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인도의) 핵 협력은 반드시 핵확산금지조약에 근거해야 하며, 조약을 지키는 것은 각 나라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인도와의 교역 확대, 테러와의 전쟁 등 군사 분야 협력 방안 등도 밝혔다. 양국은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방문 동안 우주개발과 농업, 생명공학(BT) 등 10여개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 협정을 맺을 계획이다.

이날도 델리에서는 수천명이 반미시위를 벌이고, 좌파 의원들은 의사당 주변에서 “부시 돌아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등 인도 곳곳에서 대규모 반미시위가 벌어졌다. 부시 대통령의 다음 방문지인 파키스탄의 카라치에서는 미국영사관 근처에서 2건의 폭탄공격으로, 미국 외교관 1명을 포함한 4명이 숨지고 52명이 다쳤다.


박민희 기자minggu@hani.co.kr


미국, 내놓고 ‘핵 이중잣대’

불턴 유엔대사 “인도·파키스탄 핵개발은 합법적”

“인도와 파키스탄은 ‘합법적으로’ 핵무기를 획득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일(현지시각)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한 뒤 제재를 받아온 인도와 파키스탄이 “합법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볼턴 대사는 이날 세계유대인회의에 참석해 “이란은 합법적 원자력발전 프로그램이라고 핑계를 대면서 몰래 핵무기를 개발하려 하는 데 비해 인도와 파키스탄은 합법적으로 핵무기를 얻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란과 북한의 ‘핵 개발’을 비난해온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비밀 핵개발에 공식적으로 ‘면죄부’를 쥐여준 셈이다. <로이터>는 이날 발언이 부시 대통령이 지금까지 인도와 파키스탄 핵 프로그램을 포용한 것보다도 훨씬 수위가 높은 것이라고 전했다.

볼턴 대사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데 비해 인도, 파키스탄은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이 때문에 두 나라를 신뢰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최소한 그들이 약속한 의무에 따라 일관되게 행동해왔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두 나라는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다며 속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폭탄을 실험하고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하자 유엔 안보리는 당시 두 나라를 비난하면서 핵개발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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