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2 20:01
수정 : 2006.03.02 23:40
마호메트 만평 편집장 등
“인류 보편 가치 지키려면 반동 이데올로기에 맞서야”
성난 이슬람 더 자극할 듯
인도 출신의 영국 소설가 살만 루슈디를 비롯한 유럽·미국·캐나다의 지식인 12명이 “이슬람주의의 전체주의적 위협에 맞서자”며 이슬람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슬람 국가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은 루슈디나 방글라데시에서 이슬람교를 비판하다 망명한 여성 작가 타슬리마 나스린 등이 참여한 이번 성명은 ‘마호메트(무함마드) 만평’ 때문에 성난 이슬람권을 더욱 자극할 전망이다.
루슈디 등은 최근 프랑스 주간 <샤를리에브도>에 실은 성명서에서 “우리는 자유와 평등, 현실적 가치들을 위해 종교적 전체주의에 맞설 것을 주장한다”며 “만평과 관련한 최근 사태는 보편적 가치를 위한 투쟁의 필요성을 일깨워 줬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슬람주의와의 싸움은) 문명 충돌이나 적대감의 문제가 아니고, 민주정치와 신권정치의 세계적인 싸움”이라며 “여기서 이겨야만 남성의 여성 지배, 근본주의자들의 타인들에 대한 지배를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이슬람주의를 “반동적 이데올로기”로 정의하고, “공포감을 먹고 자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슬람 신도들까지 증오하는 ‘이슬람 혐오증’ 때문에 나선 것은 아니라며, 문화적 상대주의의 미명 아래 여성을 억압하는 이슬람주의를 용인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루슈디는 1988년 이슬람교를 깎아내리는 내용의 소설 <악마의 시>를 발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성명에는 유럽 등지로 망명하거나 이주한 이슬람권 출신 지식인, 소말리아 출신의 네덜란드 국회의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덴마크 신문이 처음 실은 무함마드 만평을 게재했던 <샤를리에브도>의 편집장도 참여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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