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3.05 19:07 수정 : 2006.03.05 19:23

베이비붐 세대 또다른혁명 ⑤ 퇴직 늦춰 보험·연금 지출 낮추는 방안 고민


미국 일리노이 몰린에 본사를 둔 대형 농기구 제조업체 ‘디어 앤 컴퍼니’. 이 회사의 4만6천여 근로자 가운데 35% 이상이 50살 이상이다. 70살이 넘은 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이든 이들이 피로를 느끼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투자한 덕분이다. 지난해 전미은퇴자협회(AARP)는 이 회사를 고령화 사회에 일찍 적응한 대표적 기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미국에서도 아직 보편적이 아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머지 않아 노동력 부족이 뻔히 보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고령자 고용에 적극 나설 채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처지에선 고령자를 재고용하는 것보다, 넘쳐나는 제3세계의 젊은 노동력을 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노동력 부족, 고용 준비 미흡

고령자 고용은 단순히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만은 아니다. 은퇴연령을 늦추는 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사회에선 좀더 포괄적인 정치·사회적 의미를 띠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로 가시화할 사회보장(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과 의료보험의 재정 파탄 우려를 한결 덜 수 있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막 태어나던 1950년엔 젊은층과 은퇴자 비율이 16대 1이었다. 사회보장 기금은 갈수록 쌓여갔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은퇴한 이후인 2042년엔 젊은층 2명이 은퇴자 1명을 먹여살려야 한다. 1935년 사회보장이 처음 도입된 뒤 연금을 타는 연령은 65살에서 67살로 두 살 높아졌지만, 그새 평균수명은 63살에서 80살 가까이까지 늘어났다.

이 때문에 조지 부시 행정부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본격화하는 2018년 이후엔 은퇴자의 75%에게만 사회보장 연금을 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예측의 정확성을 두고 논란이 있긴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더불어 사회보장 재정 압박이 심각해지리라는 덴 민주당도 동의하고 있다.

더 어려운 문제는 노인의료보험(메디케어)이다. 메디케어가 처음 도입된 이듬해인 1966년 지출 총액은 18억달러였다. 그러나 지금 메디케어 지출액은 연간 451억달러에 이른다. 2013년엔 6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비만·당뇨 같은 성인병 증가와 새로운 값비싼 치료법 확산이 정부의 의료보험 지출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나이든 베이비붐 세대를 직장으로 끌어내는 게 긴요하다는 견해는 여기서 나온다. 그래야 연금 지급을 늦추고 공적 의료보험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 2명이 은퇴자 1명 부양

노인 복지를 위한 재정 부담은 세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사회보장 연금과 의료보험 혜택을 축소하면 재정 개선엔 도움이 된다. 하지만 노년층의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그 대신에 다른 예산을 줄일 것을 요구한다. <워싱턴타임스>는 “이런 종류의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가령 오하이오 영스타운에선 노년층들이 학교 예산 지원을 축소하는 법안에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고 전했다.

부시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해온, 사회보장제도의 일부 민영화에 대해서도 세대간 평가가 갈린다. 사회보장세(한국의 국민연금 부담액)의 상당액을 개인 계좌로 돌려 주식투자를 하게 하는 대신에 은퇴 이후의 연금 지급액은 줄인다는 이 구상에 대한 지지는 나이와 반비례한다. 지난해 3월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 찬성률은 18~29살 68%, 40~49살 60%, 50~64살 53%, 65살 이상 37%로 나이가 많을수록 떨어졌다.

아메리칸대 레너드 스타인혼 교수(커뮤니케이션)는 “우리는 세대끼리 싸우게 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의 말은 옳지만, 그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지금 미국이 당면한 현실이다.<끝>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독신자 늘어 자녀 유무로 집단 갈등”

독일 한스 베르트람 교수 “세대갈등 논란은 과장됐다”

한스 베르트람 훔볼트대 교수(사회학)는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를 부양하는 문제를 둘러싼 세대 갈등은 과장돼 있다고 지적한다. 연금 재정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일하면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본다. 그보다는 ‘자녀가 있는 집단’과 ‘자녀가 없는 집단’의 갈등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수십년 뒤 독일은 인구학적으로 어떻게 변할까?

=앞으로 출생률은 계속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나 인구는 2050년께 400만~500만명이 줄어 7500만명에 이를 것이다. 더욱이 매우 노령화할 것이다. 결국 국민들은 나이를 먹어도 계속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독일이 지금 수준의 복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문제는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아닌가?

=일자리는 충분하다. 오히려 문제는 일자리에 걸맞게 교육받은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높은 실업률이 문제지만 다른 한편으론 전문노동력 부족이라는 문제도 있다. ‘에코슈탈’이라는 철강회사에는 젊은 100명의 수련공이 있었지만, 이들은 하나도 고용되지 못했다. 일자리가 요구하는 수학 실력이 충분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풀 수 없다. 이민자들은 대개 전문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인력은 그들의 나라에서도 수요가 높다.

-연금 재정 때문에 생기는 세대 갈등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진정한 세대 갈등은 없다. 손자와 조부모 관계에서 진정한 갈등이 존재하는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충분한 연금을 받는다고 해서 이의를 제기할 손주는 없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녀가 있는 집단과 자녀가 없는 집단의 갈등이다. 독일의 경우 40~44살 남성의 40%가 미혼이다. 상당한 비율의 인구가 자녀가 없이 살고 있다.

-은퇴를 앞둔 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보통 30~40살 젊은이들이 기업을 세운다. 그러나 이제 늦은 나이에도 일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100살 노인을 60살 노인들이 돌보면 된다.

글·사진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유럽서도 골머리

‘은퇴자 부양’ 세대 갈등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미국과 일본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도 이들을 부양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큰 틀에서 퇴직 연령을 늦춰 연금 지급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세대 갈등이라는 변수가 만만찮다. 자녀가 있는 부모와 독신자들, 자본과 노동의 이해 충돌도 여기에 개입한다.

독일에선 지난 2003년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보험 문제가 세대 갈등 논란을 일으켰다. 기민련 청년조직 ‘융에 우니온’의 필립 미스펠더(23) 의장이 “85살 노인이 인공 고관절 수술을 받는 사회보험 체제를 이해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한 게 기폭제가 됐다. ‘일하는 세대’가 ‘은퇴한 세대’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암묵적 ‘세대 계약’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지난 1월 퇴직 연령을 67살로 늦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르면 2011년부터 3개월씩 퇴직연령을 점차적으로 높여 2029년에는 정년을 67살로 하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파산 위기에 놓인 연금체제를 구하기 위한 방책이다.

그러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독일노동조합 부의장 우줄라 엥엘른 케퍼는 ”현재 독일의 정년퇴직 평균연령은 60.7살”이라며 “법적으로 정년퇴직 연령을 늘린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나이먹은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게 우선”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요한 푹스 노동·직업연구소 소장은 ““저임금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명이 더 짧으므로 정년퇴직 연령이 높아지면 빈곤층의 연금 수령기간만 짧아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노인들이 정치적 주도권을 쥐는 것을 뜻한다. 클라우디우스 자이델은 <젊고 아름다운 세계>라는 책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 그들이 젊었을 때 성해방과 사회개혁을 이룬 것처럼 노인에 대한 인식의 혁명을 몰고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베비비붐 세대 또다른 혁명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