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7 17:50
수정 : 2006.03.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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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가 100살 생일을 맞이 했다.
1906년에 런던의 옥스퍼드 거리의 한 미용실에서 독일인 헤어드레서 카를 네슬레는 아내 카타리나의 머리에 수산화나트륨을 바른 뒤 12개의 놋쇠롤러에 머리를 말아, 섭씨 100도인 전기기구로 달궈 굽실굽실한 파마 머리를 선보였다. 카트리나는 두 차례나 머리카락과 머리가 타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원래 파마 머리는 10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시도된 적이 있다. 이집트인들은 나무 스틱에 머리를 만 뒤 뜨거운 광천에서 가져온 진흙을 듬뿍 바르고 뜨거운 태양에 바싹 말렸다. 진흙에 있는 알카리 성분이 머리를 곱슬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1938년 아놀드 에프 윌랫이 뜨거운 열을 이용하지 않고, 암모늄 등 화학약품을 이용한 파마기술을 개발해 파마를 더욱 간편하게 만들었다. 머리카락을 메마르고 갈라지게 하는 부작용도 없어졌다. 이후 파마는 끊임없이 진화하며 현대의 가장 대중적인 머리패션으로 자라잡았다.
파마가 가장 대중적인 머리패션으로 자리잡은 것은 머리손질의 시간을 줄여주고, 행동의 자유를 줬기 때문이다. 파마는 크리스찬 디오르의 여성용 바지, 코코 샤넬의 스커트와 함께 여성해방을 촉진한 3대 패션 혁명으로 평가된다.
파마는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60~70년대 저항적인 히피문화로 파마는 남녀공통의 머리패션으로 올라섰고, 대중문화 스타들이 스타일을 선도했다. 팝스타 마돈나, 영국 축구선수 케빈 키건 등이 대표적이다. 케빈 키건의 파마 머리는 70년대 축구선수들의 선호 모델이자 남성 파마의 전형이 됐고, 데이비드 보위, 캐서린 제타 존스, 멕 라이언, 존 본 조비 등 연예계 스타들이 특유의 파마 머리로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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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는 머리를 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연출해주는 파마가 선보였고, 1980년대에는 크고 높은 ‘버블파마'가 유행했다. 팝 그룹 바나나마라와 여가수 카일리 미노그는 촘촘한 나선모양의 파마, 크고 높게 머리 형태를 만들어주는 파마로 유행을 선도했다. 1990년대에는 마돈나 머리로 정의되는 자연스러운 파마가 유행을 했다. 가볍고 느슨한 파마가 더 우아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최근에도 ‘집시 웨이브' 등 자유로운 스타일의 파마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의 헤어드레서 마크 힐은 〈시엔엔〉과의 인터뷰에서 “슈퍼모델 지젤은 환상적이고 부드러운 웨이브 머리를 선보였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고전적인 50년대 파마 머리를 현대적으로 바꾸어서 멋진 헤어스타일을 연출하고 있다.”며 “새로운 파마 상품들이 멋쟁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데 좋은 방법으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미용실을 찾는 여성들은 시에나 밀러나 마돈나식 파마 머리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런던의 유명 미용실 토니앤가이의 존 오닐은 “파마가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디자인되고 있다”며 “집시인 보헤미안 스타일을 본떠 자유로움을 강조한 시에나 밀러의 ‘보호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다”고 요즘 파마 스타일을 평했다. 그는 “앞으로 신기술로 다양한 파마 디자인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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