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0 19:35
수정 : 2006.03.20 19:35
지난해 4차례 이어…베이징서 ‘러시아의 해’ 행사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밀월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지 8개월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22일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한다. 지난해 두 정상은 모두 4차례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중·러 두 나라 정상이 이렇게 자주 회동한 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21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러시아의 해’ 기념 행사와 ‘중-러 경제·산업 최고 지도자 포럼’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만난 두 정상은 올해 중국에서 먼저 ‘러시아의 해’ 기념 행사를 열고, 내년 러시아에서 ‘중국의 해’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올해 ‘러시아의 해’ 행사에서는 정치·경제·군사·과학기술·교육·문화·체육 등 250여 개 항목에 관해 두 나라의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전방위적’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두 나라 지도자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우선 △두 나라 사이 군사 협력 강화 방안 △시베리아 송유관의 중국 연결 문제 등 두 나라 사이의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홍콩 <경제일보>가 19일 보도했다. 특히 중국이 큰 관심을 지니고 있는 시베리아 송유관의 중국 연결 문제 등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는 전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 때 “두 나라의 협력관계는 에너지 분야를 포함해 전방위적”이라며 “중국은 러시아와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는 또 무역, 과학기술 등의 협력 관련 문건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 두 나라 경제·무역 관계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두 나라 무역총액은 290억 달러로, 2004년 210억 달러에 견줘 38% 증가했다. 지난해 두 나라는 서로의 네 번째 무역 상대국이었다. 라조프 주중 러시아 대사는 최근 “중국이 독일에 이어 러시아의 두 번째 무역 상대국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두 정상은 이밖에 △북한 핵문제와 6자회담 재개 문제 △이란 핵문제 해법 등 지역 문제에 발걸음을 같이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지난해 7월 후 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내용의 ‘21세기 국제질서에 관한 중·러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협력 강화 움직임의 이면에는 상호 경쟁관계가 두 나라 사이 관계 발전을 제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두 나라는 각각 안보전략에 따라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어, 표면적 협력 이상으로 경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지난 16일 G8 에너지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일본 관계자를 통해 시베리아 동부 송유관에 대한 일본의 투자를 요청한 것도 러시아와 중국의 동상이몽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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