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07 18:53
수정 : 2006.04.07 18:53
북 김계관 “피하지 않겠다”
미국 “예정없어” 소극태도
정부, 북 만나 사전 정지작업
“어렵사리 한자리에 모이긴 했는데, 당장 뭘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으면 좋겠다.”
일본 도쿄에서 9~13일 열리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를 계기로 6자회담 모든 참가국 수석대표가 비공식 회동을 하는 것에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7일 정부 관계자가 보인 반응이다.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러나 북-미 ‘금융제재-불법행위’ 논란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다섯달 넘게 휘청이고 있는 6자회담의 상태를 고려하면, 이번 ‘장외 비공식 6자 회동’의 의미는 각별하다.
최대 관심사는 북한과 미국의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도쿄 체류 기간에 따로 만날지다. 김 부상은 베이징을 거쳐 이날 오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뒤 “미국의 요청이 있다면 미국과 만남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를 꼭 만나고 싶다는 북한식 어법이다. 그러나 김 부상은 “(6자)회담 재개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미국이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적어도 겉으로는 먼저 ‘양보안’을 내놓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미국 쪽은 좀더 소극적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5일 “힐 차관보가 한국과 일본 6자회담 대표와 협의하러 도쿄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선 미-북 양자회합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10일 도쿄에 도착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들 얘기를 종합하면, 북-미 접촉에 앞서 남북은 따로 만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쪽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이 회의 개막 하루 전인 8일 아침 도쿄로 떠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북의 사전협의 등을 북-미 양자협의 성사의 지렛대로 삼아보겠다는 구상이다. 남쪽은 상황의 심각함 따위를 들어 북한이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말고 전향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쪽이 ‘바라는 답’을 바로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미뤄뒀던 18차 남북장관급회담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시기와 일부 겹치는 이번달 21~24일에 열자고 제안하는 등 ‘분위기 조성’엔 나름대로 적극적이다.
미국의 태도가 변수인데, ‘협상파’인 힐 차관보의 내부 입지가 강경기류에 밀려 매우 좁은 게 문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도쿄 회동을 “(6자회담 재개의)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6자회담 재개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겠지만,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회담 재개의 동력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이제훈 기자, 도쿄/박중언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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