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7 00:51
수정 : 2005.02.17 00:51
[6판]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의 암살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가 ‘외부의 위협’에 맞서 공동전선을 펴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미국은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 전면 철수를 촉구하는 등 이 지역 일대에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일 중동권의 두 강국 이란과 시리아가 점증하는 외부 위협에 맞서 공동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모하메드 레자 아레프 이란 부통령은 이날 테헤란에서 나지 오타리 시리아 총리와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외부 위협에 맞서 모든 면에서 시리아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오타리 총리도 “시리아와 이란이 여러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민감한 시기에 열린 오늘 회담은 대단히 중요하며, 특히 두 나라가 (미국의 위협에 맞서) 공동전선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핵 개발 프로그램 추진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이란은, 조지 부시 행정부가 집권 2기 출범을 전후해 미국 쪽에서 선제공격을 들먹이며 압박을 강화하자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이슬람 시아파가 지난달 30일 실시된 이라크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미국은 이라크가 이란의 신정체제를 본 딴 이슬람 근본국가가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 하리리 암살배후 시리아 지목 대사 소환…레바논 즉각 철군 요구 ‘이란 핵갈등’ 맞물려 긴장 높아져
미국과 시리아 사이의 긴장은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의 암살로 증폭됐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은 시리아가 비밀리에 이라크 및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의심해왔다. 이들 두 나라는 ‘악의 축’이나 ‘폭정의 전초기지’ 등 부시 행정부가 특정 국가를 적대시하는 주장을 내놓기 이전부터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돼 미국의 강한 압박에 시달려왔다.
이날 하리리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윌리엄 번즈 미국 국무부 차관은 “오는 4~5월 있을 레바논 총선에 시리아가 개입하는지 여부를 세계가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시리아를 겨냥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번즈 차관은 또 “하리리 전 총리의 죽음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주권국가 레바논으로 가는 새로운 기회가 돼야 할 것”이라며 “이는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의 즉각적이고도 완전한 철수를 뜻한다”고 못박았다. 앞서 미국은 하리리 전 총리 암살의 배후로 시리아를 지목하고,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다마스커스 주재 자국 대사를 전격 소환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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