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0 10:49
수정 : 2006.04.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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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대통령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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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한국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농업이민을 시초로 시작된 파라과이 이민역사 41년 만에 파라과이 정부는 2006년 3월 30일자 대통령령으로 30일 이내의 기간 동안 파라과이를 방문하는 한국인 일반여권 소지자들에 대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는 뉴스가 대사관의 공지사항으로 오늘 교포신문에 실렸습니다.
파라과이에 30년 가까이를 살아온 교포로써 조국의 국력 신장과 발전을 느낄 수 있는 참으로 감격적인 날이며 대한민국 정부와 공관의 수고와 노고를 실감하고 느끼는 날입니다.
지난 날을 돌아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17살의 나이로 떠나온 이민 붐 초창기인 70년대와 80년대 초에 도착한 파라과이 이민자들은 고생도 서러움도 참으로 많이 견디어내고 역경을 물리친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미 이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는 곳의 기본 정보조차 없는 아무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돈도 없이 그저 막연히 떠나온 이민들이었을 것입니다.
약했던 국력 탓으로 타민족에 비해 한국인이란 인식도 별로 안 좋았던 때였고, 현지인과의 갈등에서 언제나 당하고만 살아야 했던 서러운 이민세대들이 기도합니다. 또한 이민자의 대부분이 이민을 나와 정착을 하기보다는 보따리도 안 풀고 주변의 큰 나라나 북미의 다른 선진국으로 밀입국이라도 떠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늘어나는 밀입국에 공항에서는 죄인처럼 격리 수용을 당해야 했고, 하늘에 별 따기 식의 주변국 비자 얻기와 국경에서는 출 입국마저 제재를 당해야 했던 힘없는 약소국의 이민자 들이었습니다. 그 당시 교민들은 한국 정부의 후진국 이민정책은 관심도 없고 그저 국민을 갖다 버리는 기민 정책이라고 푸념하기도 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무식한 원주민들이 언제나 두 손으로 양 눈을 치켜세우며 ‘코레야!’ 하며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일제시대 ‘죠센징’이라는 말만큼 듣기 싫어 ‘너희가 위대한 대한민국을 아느냐’ 하며 현지인들과 수없이 싸웠던 한 많은 이민자들이자, 하루 빨리 이 나라를 떠야 한다고 다짐하고 맹세하던 서러운 이민자들이기도 합니다.
이민 나오기 전, 학교에서 신문에서 듣고 배우던 세계 최초, 세계 최대의 수식어가 유난히 많이 붙고 세계 어디서나 인정 받고 알아줄 것 같은 위대한 한국이라는 것이 얼마나 기만 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낀 초라한 이민 세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민 초기, 가끔씩 가뭄에 콩 나듯 이곳 뉴스시간에 비추어지는 대한민국의 모습과 소식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가끔씩 듣는 애국가와 휘날리는 태극기 모습에 눈시울을 붉히는 소박한 애국자들인 이민 초창기 세대들이기도 합니다.
말 한마디 안 통해도 손 짓 발짓에 장사를 하고 시장을 개척을 하고 때로는, 비록 인정도 못 받는 보따리 장사일 망정,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남대문에서 동대문에서 때로는 구로 공단에서 수많은 한국상품을 배로 비행기로 퍼다 날은 억척 같은 개척자 정신의 한국인이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을 지켜본 이민자로써 나는 오늘이 그런 고생과 노력과 땀의 결실이 비록 크지는 않지만 그러나 이곳 이민자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하나의 결실이 맺어진 그런 경축할 날입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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