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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20 19:24 수정 : 2006.04.21 11:00

베네수엘라·이란, 강대국 맞서 ‘석유 무기화’
러시아 가즈프롬도 가스 무기로 EU 위협

“유전 폭파” “원유 생산 중단” “가스 공급 끊어버리겠다”

유가가 날마다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주요 원유생산국 지도자들이 잇따라 “유전 파괴”나 “생산 중단”등을 거론하고 나섰다.

미국에 대한 독설로 이름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9일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하면 유전을 폭파해 버리겠다”고 말했다.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볼리비아·우루과이·파라과이 정상들과 만난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이 공격하면 유전을 파괴하는 방법밖에 없고, 그래야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한 신문이 익명의 미국 정보소식통을 근거로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핵미사일 공동개발 의혹을 보도한 것을 언급하며, “카리브해에서 해군 훈련을 하고 있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할 틈을 노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또 “석유자원은 고갈되고 있는 반면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 유가는 확실히 계속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미국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이날 “국제유가가 아직 실제가치에 못미쳤다”고 말했다고 〈테헤란라디오〉가 보도했다. 그는 석유제품들이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가보다 수십배 높은 가격이라며, “고유가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것은 선진국들”이라고 비난했다. 이란은 세계 4위 산유국이다.

원유 수출자금 사용 문제를 놓고 세계은행과 마찰을 빚어온 아프리카의 차드는 1억달러를 지급하지 않으면 원유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지난달 15일 세계은행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차드는 세계은행의 지원과 미국의 엑손모빌 컨소시엄의 주도로 원유를 생산·수출하고 있는데, 세계은행은 차드가 원유 수출자금 사용에 관한 법을 멋대로 바꿨다며 지난해 12월 이후 자금 지급을 중단한 상태다.

유가에 맞춰 덩달아 뛰고 있는 천연가스 공급에도 정치 문제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사업 확장을 막을 경우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회장은 19일 유럽연합 회원국 대사들과 만난 뒤 성명을 내어, “유럽 시장에서 가즈프롬의 활동을 제한하고 가스공급 문제를 정치화하려는 시도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가즈프롬이 영국 에너지기업 센트리카를 인수하려는 것을 영국 정부가 막으려는 데 대한 반발이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의 정유시설인 압카이크 폭파를 모의한 혐의로 5명을 체포하고 폭발물 1.5톤을 압수했다고 18일 밝혔다.


심리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석유시장에 가격 상승 빌미를 제공하는 원유생산국 지도자들의 이런 강성 발언은, 강대국에 맞서는 방편이기는 하나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도 여겨지면서 갈수록 잦아지는 양상이다.

백악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제임스 핀커튼은 20일치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런 ‘비시장적 메커니즘’을 지적하며, “석유시장에서 자유시장주의는 더 이상 중심적 원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등이 나토와 같은 석유수입국 동맹체를 만들어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본영 최은주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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